지금으로부터 한 15년 전 일 것입니다. 수학능력 평가를 마친 본당의 고3 수험생들을 데리고 강화도로 1박2일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을 보느라 수고한 아이들에게 쉼의 시간을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낮에는 강화도의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펜션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할 일을 분담했습니다. 야채 씻고 다듬는 조, 고기 굽는 조, 밥을 하는 조 등으로 나눴습니다. 그런데 밥하는 조가 걱정되었습니다. ‘밥을 해 본 적이 있을까?’라는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밥 조의 아이들은 못 하는 것이 없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전기밥솥인데 못하겠냐고 말하는 것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고기를 함께 구워 먹다가 ‘뻥’하는 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기밥솥의 뚜껑이 날아갔습니다. 밥을 할 줄 몰랐던 아이들은 사람이 많다고 쌀을 밥솥 맨 위까지 가득 넣은 것입니다. 주방에는 여기저기로 튄 밥알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할 것이라고 말한 아이에게 “밥 잘할 거라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말합니다.
“저 친구들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또 잘 놀아요.”
다 잘하는 친구였습니다. 뭐든 다 잘하니까 밥도 잘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경험이 없다면 잘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언젠가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그때는 신앙생활을 아주 열심히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진정한 경험 없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여러 예언자나 율법 교사처럼 예수님에게서 멋진 기도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제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특별하고 화려한 기도를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지금도 바치고 있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어떤 처지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고, 단순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기도는 특별한 것이 아님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기도란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라고 하지요. 대화를 나누는데, 특별한 장소에서만 할까요? 또 특별한 시간에만 할까요? 바쁘고 여유가 없을 때는 대화하지 않나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이 기도인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과 계속적인 만남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면, 주님과의 좋은 관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명언: 돈이란 써야 돈값을 한다. 쓰지 않는 돈을 모아서 무엇에 쓰려는가(백선행).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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