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가게 되면 꼭 방문하는 곳이 있습니다. 성 베네딕토의 수도원으로 알려진 ‘수비아코’입니다. 해발 800미터 정도의 산꼭대기에 30미터는 족히 될듯한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첩첩산중 수비아코의 두 평 남짓한 동굴에서 기나긴 은수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동굴에서 참회와 기도 생활을 하며 서양 수도원의 체계를 세우셨습니다. 그가 6세기 만든 수도회 규칙은 그 후 모든 수도회 규칙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께서 수도자에게 요구한 첫 번째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가 ‘Ora et labora’(기도하고 노동하라)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자기 스스로를 받아들여라.’라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잘 지내겠는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떻게 온전한 인간일 수 있는가?”
그는 스스로를 부정하고 미워하는 사람은 하느님과도 또 동료인 인간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베네딕토 성인께서 수도자들을 향해 하신 말씀이었지만, 지금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미워하는 사람은 이를 통해 더 큰 문제를 낳고 맙니다. 이런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더 많이 화를 내는 등 부정적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또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주님을 바라보고 굳게 믿는 사람은 가장 힘센 주님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큰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만나는 이웃에게도 너그러운 사랑으로 다가서게 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시련과 고통을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바로 주님과 함께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실을 몇 차례에 걸쳐서 말씀하셨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자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힘차게 살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 없이는 자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집니다. 특히 세상 안에서 어떤 고통과 시련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믿음입니다. 그 믿음을 통해 우리는 주님과 함께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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