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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3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30 조회수 : 509

사제관을 나와사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평상시에는 주로 계단으로 오르내리지만, 이날은 양손 가득히 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엘리베이터는 오지 않는 것입니다. 짐의 무게를 점점 느끼게 되면서 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이렇게 오래 누르고 있냐면서 불평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너무 짐이 무거워서 짐을 바닥에 잠시 내려놓은 뒤,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입니다. 눌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눌러지지 않아서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것입니다. 이렇게 버튼도 제대로 누르지 않고는 엘리베이터를 누가 잡고 있을 것이라면서 남 탓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남 탓을 하곤 합니다. 나의 역할보다 남의 역할이 더 크지 않을 텐데, 늘 ‘누구 때문에’를 외치곤 했습니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강조하신 사랑 실천도 남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나’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을 보지 않고 온전히 주님의 뜻을 따를 수 있게 됩니다. 남 탓으로 불편한 마음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으로 우리 모두 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먼저 완벽한 사랑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 사랑은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율법보다 사랑의 계명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밝히십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어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를 만나게 되십니다. 이 여자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큰 고통 속에 있는 분으로,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일분일초라도 빨리 고통 속에서 자유롭게 해 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안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회당장은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지요.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나부터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남 탓을 하면서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어떤 경우에도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5,2)

 

 

오늘의 명언: 인간을 치유하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인간을 전제로 보아야 하고, 궁극적인 치유는 하느님 사랑뿐임을 알아야 합니다(베네딕토 16세 교황)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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