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곶성지에 있을 때, 식기 세척기를 하나 마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설거지가 힘들기도 했지만, 성지를 떠나 다른 사목지로 이동한다는 말을 듣고 후임 신부를 위해 좋은 식기 세척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식기 세척기가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디자인도 좋고 세척력도 너무 좋은 것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알록달록한 세제 캡슐은 정말로 신기하고 편했습니다. 이 조그마한 캡슐 하나로 그 많은 그릇이 깨끗하게 된다는 사실이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들었습니다. 이 식기 세척기 캡슐로 인해 6세 미만의 아이들이 심각한 중독 사고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세척된 식기에 세제 성분이 남아서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글쎄 세제 캡슐을 맛있는 사탕으로 오인하고 먹는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예쁘고 실용적인 모양이었지만 아이에게 치명적이었기에, 미국 소비자 동맹에서는 캡슐형 세제 이용을 완전히 중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좋아 보이는 것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좋아 보인다고 반드시 유익한 것이 아님을 삶 안에서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제시하신 하느님 나라는 어떻게 보입니까? 솔직히 많은 규제와 의무 수행 문제로 인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좋은 것이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순간적인 만족, 나의 욕심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곳이며 참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즉 구원을 위해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실 때, 유다 사회는 단순히 예수님을 예언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해했습니다. 이것도 사람들의 시선이 예수님을 향한 큰 기대가 있었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로마의 지배로 힘들어하는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의 위로를 전달해 줄 예언자로 여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위로만 주는 예언자로서 당신을 바라보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기에,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정답을 이야기하지요. 그리스도는 예언자와는 전혀 다른 호칭입니다. 단순히 하느님의 말씀으로 위로하러 온 수많은 예언자 가운데 하나가 아닌, 하느님의 구원이 바로 예수님이시라는 사실을 밝히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하십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도 바로 주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원의 주님과 함께하기에 교회는 기뻐하며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을 과연 어떤 분으로 고백하고 있을까요? 예언자만도 못한 자기 욕심만을 채워줄 그리고 자기 생각만을 다 들어주는 한 명의 종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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