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신부님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는 신학생 때부터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네가 하면 다 잘 되더라.”
신학생 때도 그랬고 또 신부가 되어 사목했던 곳을 떠올려 보면, 문제가 적지 않았지만 모두 무난하게 잘 해결되었습니다. 선배 신부님의 말씀처럼 제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주님께서 함께해 주셨고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게 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글을 쓰고, 이곳저곳에 가서 강의하는 제 모습을 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작가나 강사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고,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안에도 몰랐던 그런 ‘나’가 있었습니다. 이도 주님께서 주신 것이고, 주님께서 찾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주님을 잊어버리고, 자기 능력과 노력으로만 이 모든 것을 이룬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교만에 빠진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었을 때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즉, 저의 능력과 노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주님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간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아들을 고쳐 달라고 청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청하기 전에 제자들을 먼저 찾아갔나 봅니다. 문제는 제자들이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어찌하여 저희는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약한 탓이라고 하시지요.
제자들이 아이를 고쳐 줄 수 없었던 것은, 하느님의 능력이 자신들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으로만 병을 고치려 들었기 때문입니다. 참되고 진실한 믿음이 모자랐던 것입니다.
자기의 능력과 노력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대신 하느님의 능력이 우리의 활동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 믿음이 있다면 이 세상 안에서 못 할 일은 하나도 없게 됩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부족하고 나약한 ‘나’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큰 기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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