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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26 조회수 : 329

복음 요한 6,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35 이르셨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36 그러나 내가 이미 말한 대로,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 37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38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39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40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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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산책하다가 영산홍이 활짝 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활짝 핀 꽃이 너무 예뻐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고 싶어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많은 꽃송이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떨어져 있었을 때는 모두 똑같아 보였는데,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긴 사람도 모두 다르지 않습니까? 겉모습이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도 부모와 가족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라고 하는 기도를 생각해 봅니다. 모든 기도가 똑같을까요? 사람이 모두 다르듯,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 역시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어조와 음색을 가진 목소리로 같은 기도문을 수없이 반복해서 바치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기도 역시 늘 새롭게 됩니다. 주님의 영이 늘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오시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기도만 해서 지루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언어이고 똑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베르나데트 수비루 성녀를 통해서 깨닫습니다. 성녀는 ‘성모송’ 이외의 다른 기도를 바칠 줄 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모님의 발현을 18번이나 목격하실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기도 같지만, 그 안에 자기의 마음을 정성껏 담았기에 그리고 주님께서도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시기에 매번 다른 기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찾을 때 시작된다는 어느 신비가의 말씀이 와닿습니다. 성호경 한 번 긋는 것도 어떤 마음을 담느냐에 따라 어떤 기도보다도 가장 훌륭한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기도만 외워도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 안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야 합니다. 이 마음에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 주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려는 의지 등을 담을 때, 주님의 참 자녀가 되어서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생명의 빵이다.”(요한 6,35)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밥’을 주식으로 먹지만, 이스라엘 사람은 주식으로 ‘빵’을 먹습니다. 아무튼 우리 인간은 빵이나 밥으로 대표되는 음식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바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믿는다는 것은 그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분이 하신 일을 그대로 인정하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는 사람의 기도는 달라도 뭐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이 성호경을 그어도 주님 앞에서는 다른 내용이 되고 맙니다.


믿음은 단순히 ‘믿는다’라고 말하는 알맹이 없는 믿음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의 뜻인 사랑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때 나의 기도가 진정한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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