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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06 조회수 : 323

복음 요한 13,1-15


1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2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3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4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5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6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7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8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9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10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11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1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13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14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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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었다면 어떻게 바라볼 것 같습니까? 엄청난 행운아라고 하면서 부러워할까요? 지금 내가 힘드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할까요?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하겠습니까? 그의 행운에 배 아파하는 것이 아닐까요?


로또 당첨은 814만 5,060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하지요. 불가능한 확률을 뚫고서 당첨된 것은 분명히 엄청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힘든 확률을 극복한 사람은 어떨까요? 더 엄청난 행운아가 분명합니다.


바로 우리 각자가 그 엄청난 행운아입니다. 한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남자가 가진 1억 개의 정자 중 단 하나의 정자만이 난자를 만나게 됩니다. 즉, 우리 각자는 1억분의 1의 확률을 뚫고서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로또 당첨보다도 어려운 확률을 극복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여러분의 부모가 만날 확률을 따져보면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만날 확률까지 더해보면, 지금 우리의 존재는 거의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사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이 역시 기적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제가 주님의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 주님의 큰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습니다. 자기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기적만이 계속 주어지는 삶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자기 삶의 기적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과거에 예수님을 반대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계속해서 표징만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교회는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주님 만찬 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성체성사를 이 땅에 새롭게 세워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을 사는 우리도 미사 안에서 커다란 은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커다란 기적입니다. 혹시 배반한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 줄 수 있습니까?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을 향해 오히려 커다란 선물을 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렇게 하셨습니다. 한 제자가 자기를 팔아넘기고, 가장 믿었던 제자는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하고, 끝까지 따르겠다는 제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질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하던 이스라엘 군중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적의 담긴 말을 외칠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최후 만찬을 통해 성체성사라는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주님의 사랑 안에서 은총에 은총을 계속 더해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며, 주님께 계속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엄청난 행운아입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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