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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4-08 조회수 : 3040

성경은 목적이 아닌 믿음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성경을 통해 당신 부활을 믿게 하시는 장면입니다. 제자들은 여인들의 증언이나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믿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유령을 보는 것처럼 두려워합니다. 그 이유는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믿게 하시기 위해 당신 손발을 만져보게 하신 다음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십니다. 유령이 아닌 육체의 부활을 증명하시기 위함입니다. 제자들은 여인들이나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참 육체가 아닌 유령을 보았다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예수님은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성경의 주요 내용은 이것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게 만드는 가장 좋은 것은 성경 말씀입니다. 성경 안에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찾아내어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해 준다면 사람들은 그 신비로운 섭리에 놀라고 믿게 됩니다. 교회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기 위해 성경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과 연결하여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저도 그리스도께서 새 아담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깜짝 놀랐던 적이 기억납니다. 교회는 바오로 전통에 따라 하느님께서 아담의 옆구리에서 갈비뼈를 빼낸 것이 그리스도의 수난이라고 가르칩니다. 하와가 아담의 옆구리에서 빼낸 갈비뼈로 만들어졌듯이, 교회도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로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피와 물은 좁은 의미로는 세례와 견진, 그리고 성체성사를 상징합니다. 이 세 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신부로 새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당연히 죽으셔야 하고 부활하셔야 함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학자들처럼 성경을 연구하고 성경 말씀 안에서 무언가 찾아내려 했다면 이런 믿음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성경은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가르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 말하면 어떤 성서학자들은 분노합니다. 성경은 선입관 없이 문자에서부터 연구하여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리스도께서 새 아담이라는 사실을 연구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미 아시는 교수님을 통해 배웠습니다.


오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성경을 통해 믿게 된 이유는 그 성경을 설명해 주신 분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성경을 연구하여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신앙에 다다른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마치 악기와 같아서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냅니다. 악기 가격에 매료되지 말고 악기 자체에 몰두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다 본래의 악기 연주법이 아닌데도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믿어버리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2020)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입니다. 어느 날 운 좋게 자신이 연주하고 싶어 하던 유명 연주자인 도로시 밴드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기쁜 나머지 길을 걷다 맨홀에 빠져 죽고 맙니다.


죽어서도 그는 평생소원이었던 연주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다시 살아나서 그날 저녁에 있는 연주회를 멋지게 장식합니다.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도로시는 조를 자신의 밴드의 정식 단원으로 임명합니다.


그러나 뭔가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무언가 더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이 연주해야 하는 삶이 이어집니다. 연주가 잘 되는 경우는 100번 가운데 1번. 목적지만 바라보고 달려오느라 놓친 행복들이 너무 컸습니다. 그는 바다에 살고 있으면서도 평생 바다를 보고 싶다던 물고기와 같았습니다.


성경이 이 재즈 연주와 같습니다. 성경을 다 암기하고 훌륭한 성경 학자가 된다고 해도 결국엔 자신이 속한 팀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는 재즈 연주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우상과도 같았던 도로시의 일상을 보았어야 했습니다. 그녀의 밴드에 들어가면 그녀와 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도 성경을 가르치십니다. 그러면 그들은 성경을 통해 그리스도의 삶으로 들어갑니다. 성경은 오직 그것을 쓰신 분만 그 의미를 알고 최고의 해석자가 됩니다.


 “오늘은 여러분 마음속에 떠오르는 걸 그려보세요.”


반 아이들은 가족, 동물, 자연 등 각자가 원하는 것을 도화지에 그렸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아이는 도화지를 온통 검게 칠했습니다. 선생님들도 부모들도 아이가 무엇을 그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수십 장의 도화지를 그저 빈틈없이 검게 칠했던 것입니다. 아이는 의사들에게도 무엇을 그리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릴 뿐이었습니다. 아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계속 도화지에 검게 칠했습니다. 이제 수백 장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아이의 책상에서 커다란 고래의 그림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다 맞춰보니 커다란 고래의 모양이 나왔습니다. 아이는 그저 고래를 고래의 크기에 맞춰 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내가 높은 위치에서 그것이 고래의 그림임을 알고 내려다보지 않으면 성경 말씀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화지 한 장 한 장 연구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성경의 모든 내용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의 탄생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미리 알고 설명하지 못하면 성경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습니다.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성경을 권위 있게 가르치실 수 있으십니다.


바오로가 교회를 박해할 때 예수님께서 “왜 나를 박해하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성령으로 그리스도를 잉태한 교회만이 그래서 성경의 유일한 해석자요 선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의 해석이 곧 교리입니다. 누구든 성경을 통해 그 가르치는 이가 가진 교리로 수렴되게 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을 만나게 만드는 다리입니다. 도구를 보지 말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이가 누구인지 보아야 합니다. 구원의 교회가 가르치는 성경을 배워야만 구원의 교회 일원이 됩니다. 성경보다 항상 가르치는 사람이 어떤 교리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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