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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17 조회수 : 3403

하느님 나라에서 많은 고을을 다스리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들이 아버지와 대등해지는 방법을 말씀해주십니다. 아들이 아버지와 대등해지는 방법은 ‘아버지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아버지와 대등해진 것입니다. 자녀가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수 있다면 아버지처럼 성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아버지와 대등해진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아버지와 함께 다스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루카 복음에서 다섯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인 종에게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이 말은 하느님께서 당신이 다스릴 권한을 착한 종에게 준다는 뜻입니다. 고을은 분명 사람이 사는 마을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늘에서 사람을 다스리게 된다는 말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일을 하는 것과 사람을 살리는 것, 곧 구원에 따른 ‘심판’이 연관됩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일을 하시는 것이 심판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무도 심판하지 않으시고, 심판하는 일을 모두 아들에게 넘기셨다.”


하지만 예수님은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셨습니다. 어차피 모든 인간이 원죄로 심판받아 태어나기 때문에 예수님의 일로 구원받는 사람만이 심판을 이기게 됩니다. 아버지의 일이란 이렇듯 누군가를 구원하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결혼한 지 6주 만에 사라진 남편의 행방을 70년 뒤에 알게 된 여인이 있습니다. 1940년 스물두 살의 페기는 공군 조종사 빌리를 만났습니다. 둘은 단숨에 사랑에 빠지고 얼마 후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러나 행복한 신혼의 달콤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것입니다. 공군 중위였던 빌리는 나치에게 점령당한 프랑스로 발령이 나서 부부는 쓰라린 이별을 합니다.


페기와 빌리는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고 전쟁 내내 편지 한 통도 받지 못하며 긴 전쟁이 끝나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페기는 재혼도 하지 않으며 70년 동안 남편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폐기 역시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남편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국회의원 톤 베리에게 보낸 편지가 답장이 옵니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보는데, 빌리는 기록에 따르면 임무 수행 중 실종 상태라고 하고 생사는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페기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빌리와 관련된 모든 곳을 수소문하며 진실을 밝힙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페기의 삼촌이 직접 군에 찾아가 군사기록을 밝히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들은 6개월 뒤 페기와 친척들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합니다. 한 프랑스 여성이 얼마 전 이미 복사본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페기와 친척들은 당장 그 여성을 찾기 시작하였고 얼마 후 군의 도움으로 그 여성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빌리는 프랑스 마을의 영웅이었습니다. 1944년 빌리는 적의 폭격을 맞아 방트 마을 인근에 추락하고 있었고 전투기는 화염에 싸여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는데 빌리는 그냥 추락한 게 아닙니다. 그는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죽어가는 순간에도 조종간을 마을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었으며 인적이 드문 장소에 추락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빌리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까지 치러주었고 70년 동안 매년 빌리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를 열고 있었습니다. 방트 마을의 주민들은 마을에 빌리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들어 그를 기리고 있었습니다. 현재 빌리의 유골은 노르망디 국립묘지로 옮겨졌고, 방트 마을 빌리의 무덤은 영웅을 추모하는 의미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페기를 대대적으로 환영했고, 70년 만에 남편을 만난 페기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출처: ‘결혼 6주 만에 사라진 남편’, 유튜브 채널, ‘포크포크’]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지 않고서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시어 당신께서 하시는 모든 것을 아들에게 보여주신다.”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아버지의 일이란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그대로 보고 따라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당신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사랑하라고 명하십니다. 그러면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구원을 받고 구원의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빌리의 희생으로 방트 마을 수백 명의 사람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교회라는 공동체가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은 교회 밖에서 심판을 맞게 됩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일을 하셨기 때문에 하늘에서 교회라는 고을을 다스릴 권한을 가지십니다. 교회를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다스림을 ‘왕직’이라 합니다.


예수님은 이 지상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그 모습대로 당신을 십자가에 희생하셨기에 교회라는 마을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교회를 다스리게 되셨습니다. 우리 또한 그리스도께서 우리 앞에서 행하시는 모든 일을 보고 그대로 행하여 하늘 나라에서 여러 고마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의 사랑으로 가족이라는 작은 마을이 생기듯, 우리도 사랑하면 마을이 만들어집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만든 마을이 있고, 마더 데레사가 만든 마을이 있으며, 이태석 신부님이 만든 마을이 있습니다. 모든 마을은 그리스도를 따른 피의 희생으로 세워진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가져가야 하는 유일한 인생의 결과물은 이렇게 나의 피로 세워진 사랑의 공동체들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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