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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16 조회수 : 3429

신의 장벽을 넘는 법: 장벽 앞까지 와라!


오늘 복음은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일곱 가지 표징 중 세 번째, 벳자타 병자의 치유입니다. 요한복음은 신학적으로 매우 치밀한 전개를 보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표징부터 다시 살펴보면 이번 표징의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표징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성모 마리아의 믿음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믿음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왕실 관리의 아들을 치유해주시는 두 번째 표징이 나옵니다. 왕실 관리는 갈릴래아 사람들과는 달리 ‘용기와 끈기’가 있었습니다.


오늘 표징이 이뤄지는 곳은 ‘양 문’ 곁이고, ‘벳자타’는 ‘자비(올리브)의 집’, 혹은 ‘베데스다’로 ‘은총의 집’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양 무리가 있는 문은 그리스도이시고 그 문으로 들어오면 ‘교회’가 됩니다. 곧, 벳자타 병자는 교회에 들어오기 직전의 상태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비록 그리스도를 알지는 못했지만, 병을 고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38년 동안이나 그곳에서 병이 치유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 번째 표징은 ‘용기와 끈기’가 숫자로 치면 ‘38’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와 구원의 숫자인 ‘40’을 채우려면 ‘은총과 진리’가 필요합니다. 이는 마치 롯이 소돔 땅의 멸망으로부터 구원받기 위해서는 ‘두’ 천사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과 같습니다.


죄를 이기면 구원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병보다도 ‘죄’에 관한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라고 하시는 말씀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비록 종교적으로는 당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용기와 끈기’가 있는 사람들은 당신 친히 구원하십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나자렛 사람들이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하느님을 따르면서도 죄에서 벗어나기를 용기 있게 바라지도 않았고 끈기 있게 노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표징도 주어질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튜브에 한 사람이 말한 ‘천재를 이기는 방법’(체인지 그라운드 채널)에 관한 짧은 내용이 있습니다. 소개해 봅니다.


“살다 보면 꼭 한번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사람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해버린다. 즉, 평생 주눅 들어 살면서 자신의 재능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평생 못 가본 길을 동경하며 살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적 동네 어른들은 나를 그림 신동이라 불렀다. 학교에서도 그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내 실력은 동료들과 다를 바 없는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중에 한두 명의 천재는 꼭 있었다. 천재들은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을 하며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내게 남는 건 깊은 상처뿐이었다.


그렇게 작가의 길이 점차 멀게만 느껴질수록 현실 또한 서서히 타협을 강요했지만 나는 오히려 만화에 미쳐버리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천재들은 항상 앞서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참을 앞서가는 도중에 세상살이가 시시하다고 느낄 즈음, 인간이 넘지 못할 ‘신의 장벽’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그들은 좌절과 방황을 겪으며 인생의 시계추를 멈춰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 하나다.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앞으로 몇 년이 걸리든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꾸준히 걸어 나가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하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니까. 나는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그려라. 1년이면 3,500장, 10년이면 3만 5,000장의 그림이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 보면 어느 날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만화가 이현세 씨의 말입니다. 그의 말 중에 ‘신의 장벽’이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천재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신의 장벽’입니다. 오늘 벳자타 연못의 병자가 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신만이 그의 자비로 그 문을 열어주셔서 당신 양 떼로 삼으실 수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신이 찾아와서 그 장벽을 넘겨줍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것이 ‘38’이고, 그러면 신이 ‘2’를 줍니다. 자기를 스스로 돕는 것이 ‘38’이고, 그 사람에게 신이 마지막 퍼즐을 맞춰주시는 것이 ‘2’입니다.


오늘 복음은 ‘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닌 죄를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와 그 죄를 이기려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면 언젠가 주님께서 그 장벽을 넘겨주십니다. 그러면 그것이 이전에 누워있던 자리를 이젠 들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내가 의지하여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던 것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는 당신 목숨을 거십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그러한 일을 하셨다고 하여,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라고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심지어 사업가들도 그렇게 합니다. 고 정주영 회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국내 최고 재벌 자리에 오른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나는 일할 때 목숨을 걸고 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도 죄를 이기기 위해 ‘38’을 채워야 합니다. 이것이 죄를 이기기 위해 우리 목숨을 거는 숫자입니다. 그때 ‘2’를 그분이 채워주실 것입니다. ‘은총과 진리’는 죄를 이기기 위해 목숨을 거는 그런 사람을 위한 하느님께서 주시는 당신 목숨입니다. 이렇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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