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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8-21 조회수 : 629

8월21일 [연중 제20주간 금요일] 
 
에제키엘 37,1-14
마태오 22,34-40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교사 한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 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라고 정리해 주십니다.
율법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율법 교사가 진정 이 사랑의 계명을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알고자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율법 교사라면 평생을 율법에 대해 가르쳐 온 사람인데도 왜 이것을 모를까요?  
 
십계명에서 613가지의 율법 조항, 그리고 관습법과 전통법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십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아주 조금만 생각해도 율법의 가장 큰 계명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법 교사는 율법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율법이 너무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율법이 너무 명확해지면 율법 규정대로 사랑해야만 합니다.
율법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율법 교사는 율법을 이해하고는 싶었지만,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려고는 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율법을 깨달아 사랑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해하지도 않으려 한 것입니다.
진리를 거부하는 이들이 다 이렇습니다.
알게 되어 변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친구로부터 잘 훈련된 사냥개 두 마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몹시 기뻤던 그는 사냥개를 데리고 토끼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사냥개들은 토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빈둥빈둥 누워 있었습니다.  
 
화가 난 그는 사냥개들을 죽여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냥개를 선물한 친구에게 화를 냈습니다.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개들을 왜 내게 선물했는가?
그 쓸모없는 사냥개들을 내가 모두 죽여버렸다.”
그러자 놀란 친구는 말했습니다.
“그 사냥개들은 토끼가 아니라 호랑이와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훈련받은 개들입니다.” 
 
자 여기에서 진실을 한 번 찾아봅시다.
알렉산더의 잘못은 무엇인가요? 성급한 마음인가요? 아닙니다.
알렉산더가 진실로 숨기려고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친구가 자신에게 그런 훌륭한 개를 주었을 리가 없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개의 목을 치는 것입니다.
알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사랑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여 그 귀중한 선물을 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진리의 목을 치는 것입니다.  
 
오늘 율법 학자가 그런 사람이고 진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율법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선물의 목을 칩니다.
알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닫기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려는 사람만이 진리를 깨닫고 이해하고 단순하게 가르칩니다.
이해하려면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예전에 성 프란치스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기억이 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본래 아씨시의 친구들과 먹고 놀고 즐기는 부잣집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변해서 거지의 모습으로 세상의 모든 쾌락을 끊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와 함께 놀던 친구들도 그의 제자가 되겠다고 함께 공동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친구만이 프란치스코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에게도 악영향을 미칠까 봐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프란치스코가 진짜 하룻밤 재워달라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는 프란치스코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 다음 미소를 짓고 한 번 안아주고는 골방으로 들어가 그 친구를 위해 밤새 기도합니다.  
 
이 모습을 살짝 엿본 친구는 그제야 자신도 제자가 되겠다고 나섭니다.
프란치스코는 그를 기쁘게 안아줍니다.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누군가를 설득할 때, 말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가 성당에 안 나온다고 수없이 설득합니다. 당연히 듣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녀는 그런 말을 하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사랑하게 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말보다 사랑을 먼저 베풀어야 합니다.  
 
고마우면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사람은 머리보다 가슴을 더 신뢰합니다.
가슴부터 점령해야 머리도 점령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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