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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26 조회수 : 498

3월 26일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복음: 마태오 18,21-35 
 
< 능력이 주는 선물은 자비다 > 

유태인의 전설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기 바로 전에 천사들의 의견을 들으셨다고 합니다. 
먼저 정의의 천사가 말했습니다.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만들면 그가 동료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사악을 자행할 것이고, 또 사람은 강퍅하고 잔인하고 부정직하여 세상은 불의로 가득 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진리의 천사가 말했습니다.
“사람을 만들지 마십시오. 그는 거짓되고, 그의 형제들을 속일 것이며 심지어 하느님 당신도 속일 것입니다.” 
 
거룩함의 천사도 거들었습니다.
“사람을 절대로 만들지 마십시오. 
그는 당신의 면전에서 당신의 이름을 더럽힐 것입니다.” 
 
그러자 가장 마지막으로 자비의 천사가 말했습니다.
“사람을 만드십시오. 
다른 천사들의 말대로 사람은 죄를 짓고 정의와 진리의 길에서 벗어나 거룩함을 잃게 될 것입니다. 
만약 하느님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 사람을 만들지 않으신다면 다른 천사들이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오히려 그들의 나약함을 알면서도 그들을 천사들보다 높게 끌어올리실 수 있다면 그것이 주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길일 것입니다.” 
 
자비는 내가 힘이 없어서 상대의 잘못을 묵인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비는 참아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힘이 없으면 오히려 자비롭지 못하게 됩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용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여쭈어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매정한 종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임금에게 만 탈렌트를 탕감 받은 종이 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을 감옥에 가둡니다. 
이에 임금도 화가 나 그 종도 만 탈렌트를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백 데나리온은 약 천만 원 정도 되고 만 탈렌트는 6조 원정도 됩니다. 
6조 원을 가진 사람에게 천만 원은 돈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자신이 가지게 된 6조 원의 가치를 모른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로써 죄를 용서받았다면 그리스도의 피는 6조 원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런데도 천만 원정도 되는 이웃의 죄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떤 자비를 받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자신이 지닌 무한한 능력을 모를 때엔 가지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1조 원을 가진지 모를 때 3천만 원을 꿔 간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주님께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1조 원이 있어도 있는 줄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은총도 용서로 드러나지 않으면 받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상 하느님께서 가장 무능하게 보였던 순간이 바로 인간이 되셔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을 때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이 무능하심은 가장 큰 전능으로 드러났습니다.  
 
참아낼 수 있는 것이 곧 힘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강하셔서 약해지심을 감당하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날 능력이 없으셨다면 죽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실 수 있으셨기에 당신 안에 생명이 충만함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자비는 하느님께서 전능하시다는 증거입니다. 
그 전능하신 분으로부터 모든 것을 받은 우리들 또한 당연히 자비로워야 합니다.  
 
용서 때문에 죽어야한다는 것을 알아도 용서할 수 있다면 그 안엔 영원한 생명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자비롭지 못합니다. 
약한 사람이 강요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용서를 위해 십자가를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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