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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27 조회수 : 509

3월 27일 [사순 제3주간 수요일] 
 
복음: 마태오 5,17-19 
 
"스스로 계명을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 행함은 곧 가르침이다 > 

1997년 1월 8일 아침 한창 러시아워를 이루던 시간, 지폐를 운송하던 차가 미국 마이에미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로 차에 있던 달러가 밖으로 쏟아져 나오자, 길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뛰쳐나와
지폐를 주워서 달아났습니다. 
55만 달러가 사라지는 데는 단 몇 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은행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경찰은 특별령을 내려 전 날 주운 돈을 반납하지 않으면 절도죄로 처벌하겠다고 선포하였습니다. 
그 결과 단 2명만이 경찰에 돈을 반납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6살 자녀를 둔 한 엄마였는데, 그 액수는 19.38달러였습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그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시급 5달러를 받는 판매원이지만 어린 자녀를 키운 엄마로서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었어요.” 
 
러시아 교육자 비고스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모의 행동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자녀와 대화를 나누며 지도했다고 해서 자녀를 교육시켰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부모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즐거움과 불쾌함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 또 어떻게 웃고 어떤 책을 읽는 지가 모든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그렇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작은 부모의 행동이 자녀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모든 계명들 가운데 하나라도 ‘어기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고, ‘지키고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라 불릴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이 세상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하늘나라에서도 작고 큰 사람으로 나뉘게 된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에서 내가 행하거나 어기는 모든 것들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또한 하나의 가르침이 되고 있다는 말씀이기도 하십니다.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행하거나 어기는 것들은 또한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가르침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안철수씨의 아버지 안영모씨는 1963년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안고 부산의 판자촌인 범천동으로 갔습니다. 
영양실조와 각종 고질병이 난무하던 판자촌의 중심에서 시내 병원의 반값을 진료비로 받으며 환자를 치료하여 주었습니다.  
 
안철수씨가 초등학교 시절 병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신문배달 소년을 치료하여 주고는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느냐며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이 일화는 지역신문에도 실렸고, 지금의 안 원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하거나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생활을 보면서 자연스레 터득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자신이 세운 회사의 지분을 사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도 배운 것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새벽마다 힘든 건축 막일을 하시며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일하시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셔서 허리뼈가 부러지셨음에도, 또 돈을 버실 필요가 없는 지금도 아버지는 무슨 일이나 찾아서 하시며 쉬시려 하지 않으십니다.  
 
또한 어머니는 가출하여 갈 데가 없어 헤매는 아이를 씻겨주고 옷을 입혀주고 먹을 것을 주고 재워주셨습니다. 
물론 그 아이는 우리 돼지저금통을 털어서 달아났지만, 우리는 어머니의 가난한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많이 배운 부모님들은 오히려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는 등의 이기적인 자녀를 키우는 경향이 보입니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행하는 아주 작은 말과 행위들은 자녀들에게 깊이 새겨지게 되고 부모의 모습을 따라 살게 됩니다. 
 
굳이 누구에게 말로서 가르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평상시 사람에게 보내는 작은 눈빛 하나도 하늘에서는 매우 꼼꼼히 기록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 눈빛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 안에도 새겨지고 있습니다. 
무슨 큰일을 하고 큰 것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무리 큰 건물도 다 벽돌 한 장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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