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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1-29 조회수 : 125

누구나 삶 안에서 최악의 기분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은 있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잊지 못할 일을 하나 꼽으라면, 서울 신학교에 다녔을 때 학생회장이 되어 사람들 앞에 섰을 때였습니다. 당시 세 개의 학교가 통합되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었던 서울 혜화동에 있는 가톨릭 신학대, 부천에 있는 성심여대, 그리고 강남에 있는 가톨릭 의대가 ‘가톨릭대학교’라는 이름으로 합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통합되었던 해에 세 교정이 함께 축제를 했습니다.

 

이 축제에서 신학대학 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무대에 서서 축제 축하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떨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하는 말에는 떨림이 그대로 묻어 나왔고, 너무 긴장해서 열심히 준비한 원고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제를 마치고,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왔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제 방에 들어가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오늘의 일이 꿈이라면’이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만날까 싶었습니다. 이때 저의 선택지는 다음의 두 가지였습니다.

 

1번, 계속한다. 2번, 그만둔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사제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첫 번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를 가지고 밤새워 고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고민이었습니다. 지금 잘살고 있고, 당시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저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 오직 한 사람만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로 ‘나’만 제대로 기억할 뿐입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1번인 ‘계속한다’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만두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포기, 좌절, 절망은 어쩌면 악마의 소리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날을 미리 알려 주는 표징들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가 잎이 돋자마자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되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잎이 돋았다고, 이제 끝이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이 열매를 맺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실제로 교회 역사 안에서 끊임없는 박해와 순교가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영원한 생명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 말씀을 따르면서 우리는 분명 영원한 생명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훌륭한 부모의 슬하에 있으면 사랑이 넘치는 체험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먼 훗날 노년이 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루트비히 판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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