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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1-27 조회수 : 91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한 친구가 쉬는 시간에 지우개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칼로 지우개를 깎아내면서 도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지우개 도장에 사인펜으로 까맣게 칠한 뒤, 자기 공책에 힘껏 누르니 자기 이름이 새겨지는 것입니다. 친구들 모두 감탄했습니다. 사실 초등학생인 우리 중에 자기 도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도장이 있으면 마치 어른이 될 것 같았습니다. 친구에게 도장 만드는 법을 배운 뒤, 반 친구 거의 모두가 지우개 도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이 생겼지만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라 아주 허접했습니다. 더군다나 실패를 반복해서, 큼지막했던 지우개는 조그마한 지우개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쓸데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이지요.

 

도장 파는 곳에 가면 더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비용이야 지우개 도장이 훨씬 싸겠지만, 질적인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나의 도장을 직접 만들었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주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과 제가 하는 일을 비교해 보았으면 합니다. 일의 결과는 당연히 주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리가 직접 하길 원하십니다. 일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 안에서의 기쁨과 그 부족한 결과도 큰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우리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따라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은 우리의 적극적인 삶임을 깨닫습니다. 미루는 삶, 포기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박해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임금들과 총독들을 포함한 적대자들뿐이 아닙니다. 심지어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박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분명히 좋은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 스스로 당신의 일을 하시면 어떨까요? 적대자들도 그 힘에 눌려서 꼼짝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역할을 강조하십니다.

 

사실 하느님의 일은 세상의 일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바라보는 바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사랑만을 바라보고 있고, 세상의 일은 욕심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의 일이지만, 그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진정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어떤가요? 세상의 일과 충돌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하느님의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청렴은 백성을 이끄는 자의 본질적 임무요, 모든 선행의 원천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다(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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