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찾아온 은총의 병고, 은총의 실패, 은총의 노년기!
베트남의 가경자(시복 전 단계)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의 감사 기도가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주님, 저를 당신 자녀로 선택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에게 마리아를 어머니로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에게 교회를 통해 선교 사명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에게 당신의 신비를 열어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를 도와주는 여러 형제자매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 길을 가로막고 저를 힘들게 하는 이들한테도 감사합니다.
그들은 저를 거룩하게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주님 저를 이 은총의 독방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쓴잔을 제게 나누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여러 구절 중에 ‘은총의 독방’이라는 표현이 제 마음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방은 아파트 안에 나 혼자 쓰는 방이 아니라 교도소 안에서 특별 관리 대상자가 쓰는 독방입니다.
독방! 하니 세상 편하겠네, 생각하시지만, 완전 반대입니다.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철저하게 단절되어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추기경님은 그냥 독방이 아니라 은총의 독방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만큼 그분은 온전히 자기 자신과 세상을 초월하셨던 분입니다.
온전히 하느님과 일치 안에 살아가니, 머무는 곳이 어디든지 천국을 사셨던 분입니다.
추기경님의 표현을 우리도 자주 사용해야겠습니다.
내게 찾아온 은총의 병고, 은총의 실패, 은총의 노년기, 은총의 죽음, 나와 죽어도 맞지 않는 은총의 그분...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도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차가운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그는 부단히 초대 교회 교우들을 대상으로 편지를 쓰셨는데, 이런 표현이 우리의 눈길을 끌게 합니다.
“형제 여러분,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1~3)
바오로 사도는 그냥 수인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말은 주님 때문에 수인이 되었다는 표현입니다.
주님을 위해 일하다가 수인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지금 주님 때문에 갇힌 것을 크게 기뻐하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고통과 역경이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새벽부터 캄캄해질 때까지 하루 온종일 빡센 하루 일과를 보낸 지금, 별것도 아니지만, 주님을 위한 하루였음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기쁘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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