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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미양본당, 70여 년 전통 삼왕놀이 "마을 주민과 함께 기념”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1-18 조회수 : 700

주님 공현 대축일 전야 행사
공소 시절인 1952년부터 시작
지역 전통행사로 자리잡아


1월 7일 미양본당 사목회원들이 삼왕 복장을 하고 신자 집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미양본당 제공


올해 설립 63년을 맞는 제1대리구 미양본당(주임 박두선 바오로 신부)은 매년 주님 공현 대축일 전야에 ‘삼왕놀이’를 진행한다. 갈전리공소 시절인 1952년부터 시작돼 최근 코로나19로 2년 동안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열렸다.

지난 1월 7일에도 오후 5시 삼왕 복장을 한 사목회원들이 성당을 출발하면서 삼왕놀이는 막을 올렸다. 이들은 신자 가정을 방문해 초를 나눴다. 방문 가정에서는 예물을 건네며 삼왕의 방문을 축하했다.

이날 방문한 곳은 10개 구역 12개 마을의 30여 개 가구였다. 삼왕의 뒤를 따르는 신자들은 성가를 부르며 함께 주님 공현 대축일을 기뻐했다. 갈전리에서 마지막 방문을 끝낸 시간은 거의 밤 11시. 갈전리 마을회관에는 행사를 마친 삼왕놀이 참석자들을 위해 다양한 다과를 차려놓았다.

미양본당은 60여 년의 연륜만큼 교구와 지역 안에서 복음화의 뿌리 역할을 해왔다. 성당이 위치한 경기도 안성 갈전리 지역은 박해시기부터 신자들이 거주했으며, 1890년 갈전리공소가 설립된 유서 깊은 지역이다. 1959년 본당 승격 때에는 갈전리 주민 400여 명 중 99%가 신자였다.

공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70년 동안 이어진 삼왕놀이는 이런 본당의 신앙 연륜이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시작은 1950년 갈전리공소 성탄 행사였다고 한다. 6·25전쟁 와중에 성탄 행사를 준비하며 신자들의 신앙심 고취를 위해 삼왕놀이가 제안됐고, 초등학교 어린이 세 명을 선발해 주님 공현 대축일에 진행했다. 1951년에는 1·4후퇴로 주민들이 피란을 가야 해서 삼왕놀이가 열리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해 1952년 다시 진행돼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 계속된 전통이라 본당 신자들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 되면 으레 삼왕놀이를 하는 것으로 여긴다. 70년대까지는 시골 마을이다 보니, 돈으로 예물을 내는 사람보다 쌀이나 곡물을 내는 가정이 더 많았다고 한다. 무거운 쌀자루를 메고 성가를 부르며 뒤따르는 경우도 있었다.

삼왕 복장과 행사에 필요한 도구는 기존에 있는 것을 활용한다. 그동안 중고등부 학생들이 삼왕 역할을 했지만, 시골 본당이라 점차 청소년 수가 줄어들면서 올해부터는 사목회와 성모회에서 행사를 맡았다. 올해 신자 가정에서 봉헌한 예물은 본당의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쓰인다.

밤에 행사하다 보니 개도 짖고 비신자들에게는 참석자들이 부르는 성가나 삼왕이 가정을 방문했을 때 드리는 기도가 소음으로 들릴 수 있지만, 지금껏 민원이 제기된 적은 없다. 그만큼 삼왕놀이가 마을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본당 신자들은 “마을 대부분 주민이 천주교 신자이고 시골 마을이라서 본당 행사를 마을 사람들이 지역 행사로 받아들이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추운 겨울 날씨에 그것도 밤에 행사가 진행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신자들이 형제애와 공동체 의식을 나누게 되는 것은 큰 보람이다. ‘우리 본당만이 지닌 오랜 전통’이라는 면에 신자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1월 7일 미양본당 사목회원들이 삼왕 복장을 하고 신자 집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미양본당 제공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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