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받은 탈렌트가 있어서 봉헌한다는 마음이에요. 건강을 주시고 봉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계속 봉사하고 있어요. 반주 봉사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매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해요.”
이준자(안나·79·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씨는 올해 환갑을 보내고 있다. 나이가 아니라 미사 반주 봉사자로 살아온 시간이 환갑이다. 청소년 시절 조금씩 반주 봉사를 하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사 반주 봉사자가 된 것이 19살 무렵이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가 어느새 만 60년이 흘렀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미사 반주를 하고 있다. 주 3회 평일미사 반주를 맡고 있고, 본당과 교구에 장례미사가 생기면 이씨가 반주에 나선다. 그런 공로로 지난해 7월 24일에는 교구 조부모와 노인의 날 미사에 초대받아 선물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여건이 이어져서 봉사했을 뿐”이라면서 “더 훌륭한 분들이 많고, 저는 받을 자격이 없는데 받은 것 같아서 도리어 부끄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가 늘 봉사하기 좋은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도움이 있었다.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 시집가면서 봉사를 더 이상 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아내를 존중하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으로 반주봉사를 비롯해 성모회장, 구역장 등도 할 수 있었다. 손을 다치거나 관절염이 생긴 일도 있지만, 그럴 때도 반주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에 그치곤 했다.
이씨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자리가 있어서 봉사할 수 있었고 계속 봉사하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듣는 분들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연주하면 그게 통하는 것 같아요. ‘하느님 당신께 영광을 드립니다’하는 마음으로 반주해요.”
신자들은 이씨가 반주할 때면 “오르간 소리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그럴 때면 이씨는 “나는 가슴으로 치니까 소리가 다르다”고 농으로 받아치곤 한다. 하지만 이씨의 진짜 비결은 다름 아닌 ‘기도’다. 60년째 반주 봉사를 하고 있는 이씨지만, 지금도 성가번호를 받을 때면 어떻게 치면 이날 전례에 와닿게 할까를 먼저 고민하고, 무엇보다 미사 때마다 “하느님, 제 오르간 소리를 통해 모든 분들이 당신께 찬미를 드릴 수 있는 마음이 되도록, 아름다운 전례가 전해지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반주를 시작한다.
이씨는 “미사 끝나고 ‘기도가 저절로 우러나오게 묵상곡을 연주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한다”며 “감사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받으면 저도 인간인지라 제가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그때마다 하느님 영광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생각해요. 다른 분들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신다면 더 기쁘게 봉사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