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 교황의 마지막 배웅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장례미사 뒤 고인의 관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CNS
현직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배웅 속에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묘지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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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오전 9시30분(로마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장례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고,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집전했다. 현직 교황이 전임자의 장례미사를 주례한 것은 200여 년 만의 일이었다. 1802년 비오 7세 교황은 1799년 프랑스에서 선종한 전임자 비오 6세 교황의 유해를 로마로 모시고 와 장례미사를 주례한 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예수님의 무덤을 찾은 여인들처럼 우리도 스러지지 않는 사랑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 위해 감사의 향유와 희망의 유향을 들고 여기에 모였다”면서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오랜 세월 우리에게 베풀었던 것과 똑같은 기름부음과 지혜와 온유한 사랑과 헌신을 전임교황에게 베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일생을 바쳐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했다”면서 “교회 공동체인 우리도 우리의 형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그분을 하느님 아버지의 손에 맡기자”고 덧붙였다.
장례미사는 125명의 추기경과 400여 명의 주교, 3700여 명의 사제들이 공동집전했으며, 약 6만 명의 신자들이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채웠다. 장례미사 전 12명의 신자들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관을 운구해 광장 제대 앞에 안치했다. 이후 교황전례원장 디에고 조반니 라벨리 몬시뇰과 베네딕토 16세의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가 그의 관에 성경을 펼쳐 올렸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장례미사는 교황의 장례미사에 준해 봉헌됐지만, 현직 교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로마교구와 동방가톨릭교회 대표단의 기도는 생략됐다.
장례미사 후 마지막 인사와 고별식이 이어졌다. 조용히 미사에 참례했던 이들은 큰 박수를 쳤고, 일부는 ‘산토 수비토!’(Santo subito, 바로 시성을!)를 외치기도 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이 엄숙하게 울리는 가운데, 교황의 관은 대성당 안으로 옮겨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성당으로 향하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관에 오른손을 얹고 침묵 속에 기도하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묘지에 안장됐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안장된 곳은 성 요한 23세 교황과 자신의 전임자였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묻혔던 자리다. 교황청은 1월 8일부터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묘지를 일반에 공개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지난해 12월 31일 교황청 내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선종했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교회 전통을 수호하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강조한 위대한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