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교구 김창해 신부와 연령회 회원 등이 세 모녀를 위해 연도를 바치고 있다. 수원교구 제공
수원에서 세 모녀가 국가나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해 숨진 것과 관련해 교회도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기 위해 더 발을 벗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어려운 사연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통장·반장 등 이웃 주민 등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당사자가 직접 지자체를 찾아 자신의 처리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A씨 가족처럼 현 주거지로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들에 대한 긴급생계지원비나 의료비 지원 혜택,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2014년 생활고로 세 모녀가 함께 생을 마감한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에 힘쓰겠다”고 해왔지만 여전히 신청주의가 지닌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 이병욱 회장은 “어려운 이웃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들의 치부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고 그들의 비밀도 지켜줄 수 있을 때 조금씩 속사정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당 신자들은 어려운 이웃이 누구이고 어디에 사는지는 대부분 안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그들의 고통을 나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고 돕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본당 지역 내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구역과 반 모임의 활성화가 필요해 보인다”며 “2~3가정이나 1개 반이 어려운 이웃 한 가구씩을 돌보는 운동도 권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어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봉사가 아니라 가족처럼 지속해서 소통하고 나누는 공동체 삶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멍 난 발굴 체계 빈틈을 메우는 동시에 지속적이고 세세한 정책 홍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회의 알림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수원교구 분당 성마태오본당 등 일부 본당과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의 사례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당 성마태오본당은 매주 주보에 ‘다시 함께, 마태오 동행’을 싣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본당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마태오 동행 메뉴를 선택한 후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주보에 있는 QR코드를 눌러도 바로 마태오 동행으로 바로 연결돼 ‘도움이 필요해요’ 메뉴로 갈 수 있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국장 김창해 신부는 “세 모녀 사건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교회 차원에서 이런 사각지대를 더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빈민사목 차원에서 대책을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도 8월 본당에 보내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지원사업’ 안내 공문을 보내고 본당 내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A씨 가족은 8월 21일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는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역시 각각 희소 난치병을 앓았으며, 유서에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힘들었다”고 적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시신은 인수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서 수원시 조례에 따라 장례업체에 맡겨 화장과 안치 등 장례를 진행했다. 수원교구 김창해 신부 등 사회복음화국 사제와 직원, 연령회 회원 등 9명을 보내 연도를 바치는 등 안타깝게 숨진 세 모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9.04 발행[1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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