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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무관심의 바이러스` 더 해로워"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6-23 조회수 : 2554

▲ 16일 일반알현에서 한 순례자의 아이를 안아주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CNS)


[인터뷰 전문]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지난주는 연중 제12주일이자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죠. 교황께서는 삼종기도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 교황님은 지난 20일 삼종기도 훈화에서 거센 풍랑을 가라앉히신 일화를 풀이하시면서, 우리 인생을 상징하는 배 위에서 주무시고 계신 예수님의 ‘잠’에 대한 묵상을 나누셨습니다. 우선 많은 경우 우리는 인생에서 침몰하는 경험을 한다면서, 우리가 큰 희망을 걸었던 계획이나 사랑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때, 끊임없는 불안의 파도로 속수무책일 때,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고 느끼는 순간에 우리는 잠들어 계신 주님께 가서 살려달라고 부르짖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하지만 교황님은 제자들이 주님을 바라보지 않고 파도에 정신이 팔려있었음을 지적하시면서, 주님의 ‘잠’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깨운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주님의 잠이 우리를 깨워서 주님께 부르짖도록 하신다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이러한 인생의 부르짖음을 난민들이 바다에 빠지면서 호소하는 부르짖음과 연결시키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주님의 잠은 한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를 시험합니다. 주님께서 거기에 계십니다. 주님께서 거기에 현존하십니다. 정말로 주님께서는, 말하자면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곧 우리가 주님께 향하기를, 주님께 기도하기를, 우리 삶의 중심에 당신을 모시기를 기다리십니다. 주님의 잠은 우리를 깨웁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단순히 하느님께서 거기에 계신다는 것을 믿거나 하느님께서 존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주님께 헌신하고, 주님께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이 말을 새겨들으십시오. 우리는 ‘주님께 부르짖어야’ 합니다. 기도는 몇 번이고 부르짖는 것입니다.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 오는 11월 14일은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인데요. 이에 관한 교황 담화가 나왔군요.

▶ 교황님은 오는 11월 14일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주례하십니다. 이번 교황 담화의 주제는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다”(마르 14,7)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을 살펴보자면, “가난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결과가 아니라 이기주의의 결과”라고 말씀하신 대목인데요. 교황님은 가난이 가난한 사람들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주의적 생활방식 때문에 생겨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예컨대 부유한 나라들이 더 많은 제품을 원하고 더 많은 소비를 하면 할수록 가난의 상황들이 생겨난다는 건데요. 우리식으로 이해하자면, 소위 흙수저가 흙수저인 이유는 흙수저만의 잘못이 아니라 흙수저와 금수저를 있게 한 구조와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에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황님은 단순히 한시적인 자선활동에 머무르지 말고,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다”는 말씀은 선을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라는 주님의 명령이라고 역설하셨습니다.


▷ 이번 담화에는 여성에 대한 언급도 자세히 나왔군요.

▶ 일반적으로 저희가 가난을 떠올릴 때 식량이나 기본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 혹은 노숙자들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교황님은 이번 담화에서 여성들이 차별받고 또 책임을 맡는 지위에서 배제되는 모습을 지적하시면서 이를 가난으로 정의하셨는데요. 사실 여성들이야말로 ‘여자의 감수성’을 통해 유일하게 주님께서 마음에 두신 것이 무엇인지 알아듣는 사람들이라고 교황님은 강조하셨습니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폭력이 “여성들의 세상을 가난의 무대로 만드는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 이번 담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나요.

▶ 교황님은 복음에서 배반자 유다가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부은 사건을 비난한 장면을 설명하셨는데요. “가난한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사람” 혹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팔아넘기는 사람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담화의 말미에 교황님은 프리모 마촐라리 신부님의 기고문을 인용하며 담화를 마무리하셨는데요. 마촐라리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본 적이 없다면서,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가 껴안아야 하는 사람들이지 숫자로 세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교황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우리가 원하는 시간이나 장소에서” 발견하는 게 아니라 실제 가난한 이들의 삶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비인간적인 삶의 현장에서 가난한 이들을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여성 폭력에 관한 말씀이 또 있었군요. 이번에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시면서 여성 폭력에 관한 말씀을 하셨다고요.

▶ 교황님은 지난 17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109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의 참가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셨는데요. 여기서 교황님은 여성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가사 도우미, 간병인, 방문 판매자 등 많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위험에 처해 있고, 비위생적이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시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어 집에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어머니를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일각에서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고 여성들의 공공부문 참여에 있어 상당한 발전이 이뤄졌음에도” “용납할 수 없는 관습이 아직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번 영상메시지는 스페인어로 보내셨는데요. 약 27분 분량의 영상으로, 이례적으로 상당히 긴 분량이었습니다. 「바티칸 뉴스」는 이번 메시지를 일종의 노동에 관한 작은 회칙이라고 평했습니다.


▷ 그렇군요. 몇 가지 핵심 내용을 간추려주시죠.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교황님은 우선 “노조 가입은 노동자의 권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상황에서, 단순히 경제지표에만 초점을 맞춰 노동자의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아울러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해로운 바이러스는 이기적인 무관심의 바이러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시면서, ‘진보의 제단’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우리가 제물로 바쳐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행위가 엘리트주의에 다름 아니라면서, 코로나의 교훈은 우리 모두가 약하더라도 큰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점을 알려준 데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교황님은 사유재산권이 재화의 보편 목적에 따른 “부차적 권리”라고 누차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쓰고 버리는 문화로는 진정한 발전에 이르지 못한다면서, 현 경제 시스템의 “완전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하셨습니다.


▷ 교황께서 종신부제들과 만나셨다는 소식이 있군요.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교황님은 지난 19일 로마교구 소속 종신부제들과 만나셨는데요. 이 자리에서 교황님은 부제가 “반쪽짜리 사제”나 “2급 사제”가 아니라며 “좋은 배우자와 좋은 아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봉사자들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아울러 부제직은 교회 내 성직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하느님 백성 위에 군림하는 사제 계급이야말로 성직주의의 핵심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는 “낮추는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낮추셨기 때문에, 우리 모두 자신을 낮춰야” 하고, 이러한 섬김을, 다시 말해 봉사직을 부제들이 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아울러 교황님은 종신부제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제시하셨는데요. 첫째,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오늘날 주교와 사제들이 뽐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자기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려는 부제들을 보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선행은 하느님과의 비밀로 남겨두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좋은 배우자, 좋은 아버지, 좋은 조부모가 되라고 주문하셨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는 소외된 이와 가난한 이를 발견하도록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도와주라며 종신부제들이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지난 1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었는데요. 교황께서 이날 노인을 기억하셨다면서요.

▶ 교황님은 지난 15일 교황 트위터 계정에 노인들을 위한 포스팅을 남기셨는데요. “노인을 위한 공경이 없는 곳에 젊은이를 위한 미래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65세 이상의 노인을 상대로 한 금융사기와 학대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의 비토리오 셀조 씨는 노인들을 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면서, 노인학대는 단순히 집안 내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노인을 돌보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교황님이 노인들을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조부모라고 부르시는 까닭은 구체적으로 노인들이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참고로 오는 7월 25일은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인데요. 아직 공식적인 한국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날의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는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방문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교황께서는 수요 일반알현에서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을 이어가고 계시죠. 이번이 서른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이 기도에 관한 마지막 교리교육이라면서요.

▶ 교황님은 지난 16일 교황청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교리교육을 진행하셨습니다. 말씀대로 이날부로 교황님의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이 막을 내렸습니다.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은 지난 2020년 5월 6일부터 시작됐는데요. 코로나 시대에 성당에 나가지 못하는 전 세계의 많은 신자들로 하여금 기도에 쉽게 잠길 수 있도록 실천적인 가르침을 전해주셨습니다. 총 38개의 주제로 교리교육이 이뤄졌는데요.

간단히 전체 주제를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감사기도, 그리스도인의 기도, 찬미기도, 성경과 함께하는 기도, 의로운 이들의 기도, 일상의 기도 등 기도의 실천적인 측면을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아브라함, 모세, 다윗, 엘리야의 기도를 소개하셨고요. 시편기도, 축복기도, 소리기도, 묵상기도, 관상기도, 마음의 기도 등 다양한 방식에 따른 기도법도 쉽게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마리아의 기도, 예수님의 기도, 삼위일체와 기도 등 신앙교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한 교리교육도 있었는데요. 특별히 최근 몇 주 동안은 예수님의 기도에 관해 풀이하시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간단한 진리이지만 그동안 저희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주시기도 하셨습니다.


▷ 그렇군요. 기도에 관한 마지막 교리교육의 주제는 무엇이고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말씀드렸듯 마지막 3주는 예수님의 기도에 관해 설명하셨는데요. 마지막 날의 주제는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파스카 기도’였습니다. 교황님은 수난과 죽음의 시간에 예수님의 기도가 극도로 강렬해졌다면서,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들은 모두 성경의 말씀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약 세 시간 동안 기도 안으로 잠기셨다면서, 십자가에서 벌어진 모든 것은 기도였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바로 그때에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다는 사실을 매우 강조하셨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교황님은 이 부분을 강조하셨는데요. 이날은 하늘나라가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기도할 수 있는 은총뿐 아니라, 말하자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은총을 우리가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이미 성령의 친교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의 대화 안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은총을 기억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우리 각자는 이 사실을 마음에 간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최악의 순간에도 이를 잊지 말아야합니다. 우리는 이미 성령의 친교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의 대화 안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시간에도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봉헌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기도와 삶으로, 용기와 희망을 갖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 용기와 희망으로, 예수님의 기도를 강하게 느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아버지께 기도하시고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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