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상 초유의 낙태법 공백 사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는 낙태법 개정 시한을 넘긴 것도 모자라, 낙태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요.
한국 천주교회가 고심 끝에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매년 이맘때 봉헌해온 ‘생명을 위한 미사’ 일정을 18년 만에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첫 소식, 김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국 천주교회는 2003년부터 매년 2월 8일을 즈음해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해왔습니다.
2월 8일은 1973년 사실상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날로, 한국 천주교회는 낙태 허용조항 삭제를 촉구하며 매년 이맘때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모든 태아의 생명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대체입법 시한마저 넘기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최근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4월 11일을 기억하면서 ‘생명을 위한 미사’ 날짜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생명을 위한 미사’ 일정 변경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는 한편, 낙태죄 효력 상실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를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는 이에 따라 4월 24일 생명대행진을, 5월 15일 ‘생명을 위한 미사’와 ‘청년생명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아울러 가정의 중요성을 고려해 미사의 명칭을 ‘생명을 위한 미사’에서 ‘가정과 생명을 위한 미사’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낙태법 공백 사태는 어느덧 50일을 훌쩍 넘겼습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낙태법은 정부안을 포함해 6건.
정부안은 임신 14주까지 여성의 의사에 따라 낙태할 수 있고,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임신 24주까지도 상담을 거쳐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5건 가운데 3건은 낙태죄 완전 폐지를, 2건은 임신 10주 미만일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국회에 발의된 어떤 법안도 교회의 입장을 온전히 담아내진 못합니다.
이성효 주교는 "생명을 살리는 입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성효 주교 /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장>
태아를 살리자는 외침은 인간 생명 자체의 가치와 존엄성이 무엇인지 일깨우는 말입니다. 이는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이고 인간의 가치입니다. 이를 삶의 질과 관련된 가치, 여성의 자기결정권 또 건강권 등과 동등한 위치에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 주교는 "형법상 낙태죄가 효력을 잃었다 하더라도, 천주교 신자들은 일치된 기도와 함께 다양한 생명교육에 참여하며 가정과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를 위해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는 올해 중고생과 청년들을 위한 생명교육 교재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 주교는 "청년들을 위한 생명운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생명문화 건설에 앞장설 수 있게 하고, 신학교 사제 양성 과정에서도 생명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봉헌될 ‘생명을 위한 미사’는 한국 천주교회의 생명 수호 의지를 더욱 널리 알리고, 신자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cpbc 김혜영 기자 justina8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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