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구성원들이 본당 초대 주임 신부가 생전에 베푼 나눔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모금함 하나에 마음과 정성을 모으고 있다.
수원교구 포일본당(주임 민영기 신부)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본당 초대 주임이었던 고(故) 이규철 신부(1947~2019) 나눔 정신을 기리는 ‘작은거인 모금함’(이하 모금함)을 운영하고 있다.
본당이 모금함을 마련한 이유는 지난해 본당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고인의 사제서품 45주년 행사를 불과 일주일 앞둔 11월 27일 선종 소식을 접한 안타까움에 그가 생전에 했던 카리타스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이 신부는 사제생활 45년 동안 본인 명의 재산을 남기지 않으며 보육원 어린이들, 요양원 어르신들 및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남몰래 선행을 베푼 바 있다.
모금함의 이름도 이 신부를 기억하고자 지난해 11월 27일 수원 정좌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장례미사에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고인을 칭했던 “개성이 강하고 강직한 성격의 작은 거인”이라는 말에서 딴 ‘작은거인 모금함’으로 정했다.
모금함은 이 신부를 기억하는 신자들의 마음으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2월 들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본당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도 신자들은 말없이 방문해 돈을 넣고 갈 뿐 아니라, 미사를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본당에 방문하는 형제·자매에게 대신 넣어달라며 그간 조금씩 모았던 금일봉을 전해주기도 한다. 본당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인 모금함은 이 신부의 축일인 12월 7일에 처음 개봉될 예정이다.
9월 6일 오전 11시 교중미사가 끝나고 금액을 넣은 권남현(젤마노·57)씨는 “신자들과 함께 직접 손으로 본당을 짓고 신자들에게 애정 어린 쓴소리도 아끼지 않던 이 신부님의 모습이 기억난다”며 “그 마음을 기억하는 신자로서 조그만 정성을 넣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정석(베드로·63) 본당 총회장도 “교우들 대부분이 이 신부와 본당을 함께 지어가며 신부님의 온정을 받은 각별한 사이였다”며 “당시 가난한 이들이 많던 본당의 구성원들을 남몰래 돌보던 신부님의 정신과 마음이 모금함에 계승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본당사목위원들과 모금함을 마련한 민영기 신부는 “모금함이 본당 복음화 사업에 빛과 소금이 되길 희망한다”며 “모두가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 성당이길 원했던 이 신부님의 바람대로, 모금함에 담긴 신자들의 정성은 향후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이들을 위한 ‘주말 무료급식소’ 운영 및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
출처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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