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MBTI 검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 검사죠.
검사 결과를 활용해 진로와 대인관계에 도움을 받는 청년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인기에 편승한 가짜 검사가 많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검사 결과를 섣불리 신앙과 연결지어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전은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보통 대화를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 유행 중인 무료 MBTI 검사입니다.
10분 남짓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자신의 성격유형을 알려줍니다.
16가지 분류 중에 자신은 어디에 속하는지, 친구들은 어떻게 나왔는지 서로 묻고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자신과 같은 유형의 유명인는 누가 있는지 알려주며 호기심도 자극합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정식 검사를 흉내낸 가짜입니다.
MBTI 검사가 인기를 끌자, 인터넷과 SNS엔 MBTI를 흉내낸 가짜 검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MBTI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된 성격유형검사입니다.
MBTI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건 서강대 이사장을 역임한 예수회 김정택 신부입니다.
심리학 박사인 김 신부는 한국인에게 맞는 이중언어 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 1990년 MBTI를 한국에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김정택 신부 / 예수회 영성·심리 상담소 소장>
“검사지를 해보고 왜 이것을 한국판으로 만들려고 그랬냐 하면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것은 진짜 본성적인 질문이거든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를 알아야 자기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바르게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MBTI 검사.
김 신부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불안한 사회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택 신부 / 예수회 영성·심리 상담소 소장>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다 불안하잖아요. 젊은이들이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관심을, 정체성을 사회가 이렇게 불안한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이런 질문을 할 거 아니에요.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그런 심리가 밑바닥에 깔려있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김 신부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BTI 검사는 저작권을 피하고자 교묘하게 변형된 것"이라며 경계를 당부했습니다.
<김정택 신부 / 예수회 영성·심리 상담소 소장>
“저희들이 염려하는 것은 심리검사라는 것은 정말 신뢰와 타당도 검증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이 안 돼 있으면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거든요. 대략적으로 나오든지 잘못 나오든지 이렇게 된다 말이에요. 그래서 좀 염려스럽습니다. 이걸 저작권도 없는 것들이 너무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 다니니까…”
특히 사이비 종교에서 청년들을 유혹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원준 토마스 아퀴나스 /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MBTI는 16가지 부류로 인간의 심리적 유형을 나누잖아요. 그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이 16가지 유형에 들어가서 너는 어떤 유형이니까 너의 운명을 거기서 정해주는 거예요. “당신은 이런 장점이 있고 이런 단점이 있는데,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내가 하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하느님은 사라지고, 거기를 따라가면 내 운명이 해결되는 것처럼…”
따라서 MBTI 검사 진행과 결과 해석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검사 결과를 섣불리 신앙과 연결짓는 건 위험합니다.
<김상우 신부 / 가톨릭대 성신교정 조교수>
“인간 존재는 사실 하느님께서 만드신 하느님의 모상이죠. 인간 존재는 늘 끊임없이 되어가는 존재고 진화합니다. 발전하죠. 근데 그 인간 존재를 마치 딱딱딱 바둑판에 놔있는 것처럼,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게…”
자기 계발과 성장을 돕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MBTI.
같은 성격유형이라 해도 각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MBTI를 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
cpbc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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