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최근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참회와 속죄 성당(의정부교구)"과 그 옆의 “민족화해센터"에 들를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교회 차원에서도 남과 북이 좀 더 자유롭게 오가게 된다면 충분히 실현시켜 볼 만한 다양한 일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단 전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할지라도 북한 지역에서 가톨릭 교회가 활동했던 역사를 지워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없으리란 법도 없고, 장충성당과 같이 상징적 성당이 있는 한 언젠가는 그곳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하느님의 자녀들을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놓지도 못하겠습니다.
분단으로 인해 북쪽에서 남으로 피해 온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가톨릭 교회는 언젠가 다시 길이 열리면 북한 지역에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과거 교회의 흔적이 복권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 태도를, 북한의 가톨릭 교회 교구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단 남쪽의 교구와 교구장이 임시로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가톨릭 교회는 1940년 이래 3개의 교구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덕원자치수도원구, 함흥교구, 그리고 평양교구입니다. 덕원자치수도원구는 지역적으로 춘천교구 북쪽에 접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쪽에 북한의 동쪽지역 전체가 함흥교구입니다. 덕원자치수도원구와 휴전선 사이 북한의 강원도 지역은 춘천교구에 속합니다.
이에 비해 평양교구는 북한의 서쪽 전체라고 보시면 되지만, 교구로 구분할 때는 황해도 지역은 서울대교구에 속해 있으니 그곳을 제외한 북한 서부가 평양교구가 되겠습니다. 옛 행정구역으로는 평안남북도입니다.
한국 교구 지도. (이미지 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
비록 지금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교구 구성은 동일한 상황입니다. 해당 지역에 담당주교(서리)도 있습니다. 평양교구의 교구장서리는 서울대교구 교구장입니다. 함흥교구는 춘천교구장이 서리로 있습니다. 덕원자치수도원구는 옛 함경남도 덕원에 수도원, 신학교를 운영했던 베네딕도회에 맡겨져 있습니다. 즉, 왜관 베네딕도회 수도원장(아빠스)이 덕원자치수도원구의 자치구장 서리를 맡고 있습니다.
남에서 북으로 철도와 도로가 다시 이어지면, 함흥에 함께 가자고 하시는 지인의 초대에 꼭 응하고 싶습니다. 함흥이 북한의 대표적 식도락 도시라고 하시더군요. 가자미식해와 함흥냉면의 맛을 그려 봅니다. 또, 함흥의 북으로는 개마고원이 남으로는 금강산이 있어 꼭 가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함흥교구를 돌아보는 셈입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도래하려는 요즘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도 좋지만 종교의 자유를 성급히 기대하는 것은 주의할 일입니다. 그러나 분단 이후에도 북한 교회에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를 보이고 있는 우리의 노력이 인내심을 잃지 않는 한 헛된 것이 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당장 예전에 가지고 있던 교회와 땅이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우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일입니다.
그런 만남이 잊혀져 가던 기억들을 되살려 줄 것이고, 그 기억의 토대 위에 교회가 다시 세워질 것입니다. 멀지 않았던 과거에, 멀지 않은 그 땅에 교회가 있었다는 것을 덕원, 평양, 함흥교구가 기억하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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