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린땀만큼 큰 보람 느꼈어요
산, 바다, 강, 계곡…. 어디나 여름의 낭만을 만끽하려는 젊은이들로 넘친다.
하지만 신앙 청년들의 선택은 달랐다.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곡수1리 곡수공소.
수원가톨릭대학생연합회(회장 백두산, 지도 이건복 신부) 소속 남녀 대학생 50여명은 6월24~27일까지 공소 뒷산에 십자가의 길을 만들었다.
동산을 깎아 길을 내고, 나무를 자르고, 자른 나무로 계단을 만드는 작업. 작은 동산이라곤 하지만, 또 젊은 청년들이 나서는 일이지만 그리 만만치가 않다.
"힘은 들지만 예수님께서 걸으신 길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작업반장 김경수(로마노, 아주대 98학번)씨는 "단순한 놀이 캠프보다 이런 활동이 오히려 더 의미가 있고,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여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 모두가 열심한 신자는 아니다.
상당수가 식사전 기도 등 기본 기도문도 외우지 못하고 성호도 제대로 긋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활동을 주관한 수원교구 청소년국 이건복 신부의 설명.
"이것이 현실입니다. 신자 대학생 중에 기도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 이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사목 사각 지역에 놓여 있는 대학생들에게 신앙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마친 뒤, 저녁 시간은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들로 꾸몄다.
십자가의 길을 각 처별로 직접 제작해 발표했고, 또 성서를 읽고 묵상을 나눴다.
이 신부는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신자 대학생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며 "대학생은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목 계층"이라고 말했다.
친구 따라 강남 온 정길호(안양과학대 03학번)씨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가톨릭학생회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가자고 해서 따라왔다"며 "말로만 듣던 가톨릭교회를 접하는 소중한 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인 변진섭(안드레아, 한국재활복지대 03학번)씨는 수화 통역을 통해 "봉사가 이렇게 기쁜 줄 미처 몰랐다"며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성당에도 열심히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휴식시간이 끝나자 대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용하던 산은 다시 전기톱 소리와 나무 쓰러지는 소리, 땅파는 소리로 요란했다.
"여기 나무뿌리가 너무 깊게 박혀 있어!"
산 중턱에서 한 대학생이 소리쳤다. 4~5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나무 뿌리를 캐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평화신문 (2003. 7. 6- 731호 18면) 우광호 기자
(사진설명)
수원교구 청소년국 이건복신부(가운데)가 6월25일 일수원가톨릭대학생연합회 학생들과 함께 산에
계단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