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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0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09 조회수 : 215

세일즈 하듯 기도하라 

 

 

한 수도자가 산에 올랐다가 그만 길을 잃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을 듯한 깊은 산중에서 다행히

인가를 찾아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의 주인이 하는 기도를 듣고, 수도승은 그만 어처구니가 없어졌습니다.  

 

“신이시여, 어제도 저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등이 가렵거나 허리가 아프시진 않은가요.

그럼 제가 등도 긁어드리고 허리도 만져드릴 수 있을 텐데.

혼자 하기는 힘든 일이잖아요.

혹은 발을 씻겨드리면 참 좋을 테고요….” 

 

수도승은 그만 더 참지 못하고 기도를 멈추게 했습니다.

“이봐요, 잠깐. 날 살려준 건 감사하지만, 하느님께서 등이 가렵거나 허리가 아프다고요?

대체 어떻게 그런 무례한 언사를 한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기도서를 주며 기도하는 자세와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이튿날 수도승은 그 집을 떠나왔습니다.

다행히 길을 찾아든 수도승이 산을 거의 내려온 찰나, 그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대는 이제, 내게서 가장 가까운 이마저도 멀어지게 만들었구나!” 

 

기도는 하느님께 무언가 청하고 얻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주님께서 주시려던 은총도 얻지 못하게 됩니다. 기도는 마치 세일즈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넥타이를 사려고 넥타이 판매대로 갔는데 점원이 와서는 “무얼 찾으세요?”라고

물으면 어떨까요? 당연히 넥타이에 관심이 있으니 그리로 오지 않았겠습니까?

벌써 그 사람은 ‘이 가게는 손님에겐 관심이 없구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사람이 여러 넥타이를 들었다 놓았는데 파란색 넥타이를 가장 오래 집고 있었다면 뭐라 해야 할까요? “파란색의 다른 상품들을 제가 찾아볼까요?”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노란색 넥타이를 손에 감으며 예쁘죠?”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파란색을 원해요.”라고 할 때 “우리는 그런 재고가 없고, 요즘 누가 파란색 넥타이를 합니까? 그건 유행이 지났어요!”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상품을 사러 온 사람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냥 나가려고 할 때 관심도 없는데

쓸데없이 멜빵을 보여주며 “이건 관심 없으세요?”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 가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손님은 가게 점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압니다. 바로 판매로 돈을 벌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것만 주장하면 사려고 하는 사람은 기분이 나쁩니다.

사려는 사람도 무언가 얻는 게 있어야 합니다. 바로 영광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영광스럽게 되기를 청하는 기도입니다.

당신이 아버지라 불리고 당신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당신 나라가 임하고 당신 뜻이 이루어지며 당신이 매일 양식을 주시는 분이시고 당신 때문에 이웃을 용서할 수 있으며 당신 때문에 죄를 짓지 않게 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얼마 전에는 반려견을 계속 데려오며 병이 낫게 안수해 달라고 청하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안수하고 있는데 개에게 또 안수하려니 좀 그랬습니다. 물론 반려견에 너무 의지하고

있기에 강아지가 나으면 좋은 일이라 몇 번은 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매일 그러는 건 좀 그래서 이제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개가 나으면 50만 원 드리려고 했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개에게 안수하여 돈 버는 사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어떻게 은총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주님의 기도를 의미를 음미하며 정성껏 바치면

우리의 자세가 주님의 영광을 먼저 생각하게 되어서 많은 은총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 시카코에서 태어난 ‘워너 솔맨’(Warner Sallman: 1892–1968)은 미국이 자랑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얼굴”이라는 유명한 예수님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이 담긴 그의 그림책은 1940년도에 500만 부 이상이 인쇄되었고,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가 있었는데 1917년 결혼하고 얼마 안 된 젊은 나이에 중병에 걸렸습니다.

의사가 “당신은 임파선 결핵입니다.”라고 진단하고 “당신은 길어야 석 달 살 것입니다.”라고 통지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솔맨의 마음은 절망적으로 되었습니다.

유명한 가수였던 그의 아내는 그때 임신 중이었으므로, 솔맨은 아내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괴로웠습니다. 

그가 몹시 괴로워하며 매일같이 절망에 빠져 신음하고 있을 때, 그의 아내가 그를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여보! 3개월밖에 못 산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3개월을 허락해 주셨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갑시다.

그리고 아무도 원망하지 맙시다.

3개월이 얼맙니까?

천금 같은 그 기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봅시다.

3개월이나 되는 기간을 살게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솔맨은 아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더 이상 원망과 불평의 말을 하지 않고, 아내의 말대로 남은 3개월 동안 오직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아주 작은 일부터 감사를 시작하면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애에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예수님의 얼굴을 그렸는데 그에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3개월이 지났는데도 몸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이 더 건강해져서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해 보았더니, 임파선 결핵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입니다.  

 

기도는 무언가를 하느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청하는데 나의 것만을 청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나의 청을 들어주면 그분이 무엇이 좋은 건지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청을 들어주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청을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강요하듯 물건을 파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전문 세일즈맨처럼 그 물건을 사면 손님에게 무엇이 좋은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장사가 저절로 잘 될 것입니다.

은총도 그렇게 끊임없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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