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마태오 25,1-13
자기 등이 꺼지지 않게 태워야만 살 수 있는 인간
오늘은 등불에 필요한 기름이 충분하여 혼인 잔치, 곧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현명한 처녀들과
기름이 부족하여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미련한 처녀들에 관한 비유입니다.
성경에서 기름은 ‘성령’을 상징하고 성령의 불, 곧 사랑의 의지가 타오르는 이들만이 구원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등불의 의미는 봉헌이다.
나를 태우는 것. 누군가의 길을 밝혀주기 위해.
나의 봉헌이 그리스도께 합당하기 위해 어때야 하는가가 오늘 복음의 핵심이다.
일단 사람은 자기를 봉헌하는 삶, 자기를 불태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것부터 알아야겠습니다.
나에게 불을 붙여 준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을 태우는 삶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의 본모습입니다.
한 사업가가 김창옥 교수의 강의 CD를 내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의 얼굴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장님, 표정이 제가 한마디만 하면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이시네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남자 사장이 그 자리에서 진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방금 함께 들어왔던 여자 실장은 자기 아내이고, 아내에게 회사를 맡기기 위해 나와서 일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고, 자녀들 교육보험도 다 들어놓고, 자신은 지금 자살을 준비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막내였는데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집이 가난했는데, 게다가 어머니가 중풍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는데 이미 결혼한 누나들의 집에 돌아가며 1년씩 얹혀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조카들이 “왜 냄새나는 할머니가 우리랑 살아야 해?”라고 하며
자신의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나니 조카들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고 자신도 빨리 돈을 벌어 어머니를 모시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기숙사와 장학금을 대 주는 곳에 합격하여 나중에는 원양어선을 타서 돈도 어느 정도 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모실만하게 성장했는데, 그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중풍 걸린 어머니가 창피하고 떠나고 싶었던 과거의 자기 모습이 너무도 마음이 아파 그다음부터는 어머니에게 하지 못한 효도를 다른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 주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고 수많은 사기를 당하여 집안 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분의 삶은 어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이었고 어머니가 안 되니 다른 이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할 수 없으니 죽는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영화 ‘김 씨 표류기’에서 주인공은 아무도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한강에서 뛰어내렸는데 떠내려간 곳이 밤섬이었습니다.
밤섬은 자아를 상징합니다.
자기 자아에 갇혀서 짜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싶은 꿈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런 삶은 마치 불경에 나오는 칡넝쿨에 매달려 떨어지는 꿀이나 맛보며 고통을 잊는 미친 코끼리에게 쫓기던 나그네의 삶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김 씨는 한 여자가 보내는 신호에 응답하게 되고 조금씩 자기 섬에서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관계가 사람을 자아의 지옥으로부터 구원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하와에게 선악과를 봉헌하라고 한 것입니다.
봉헌은 자기를 태우는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을 위해 십분의 일도 태울 수 없다면 세상에서 그 심장에 불을 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는 말씀으로 불을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젠 주님만을 위해 살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는 마치 아브라함이 쪼개놓은 제물들에게 등불이 나타나 그 제물을 태운 것과 같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위해 외아들까지 바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맛과 에너지가 생깁니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사라집니다.
그래서 성체조배와 미사, 하.사.시., 7기도와 같은 것들로 그 불을 다시 지피려 합니다.
규칙적인 기도가 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은 지옥이고 나를 사랑한 이를 위해 나를 태우는 삶이 행복입니다.
이것을 알고 규칙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되살리려고 하는 예배를 올리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입니다.
기드온이 수많은 미디안과 아말렉 군사들 앞에서 300명의 자기 군사에게 준 것이 나팔과 항아리에 든 횟불이었습니다.
이 등불은 항아리가 깨질 때 손에 들리게 됩니다.
주님의 등불은 나에게서 자아의 항아리를 깨뜨립니다.
그렇더라도 그 횟불이 지속적으로 타려면 계속 기름을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오하이오주 해밀턴에 사는 남편 하버트 말리코트(99)와 아내 준 네이피어(100)는
80년간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매일 자기 전에 뽀뽀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마음이 안 맞는 일이 있더라도 각자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여 삭힙니다.
뽀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삭혀야 했고 또 키스하고 나면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이것이 두 부부가 매일을 연애하듯이 살게 된 방법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적으로 주님을 묵상하고 성체를 영한다면 결코 우리 안의 등불은 꺼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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