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마태오 20,1-16
누군가가 주님으로부터 관대한 사랑을 받았다면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포도밭 일꾼’ 비유에 대한 교부들의 해석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이른 아침에 불린 일꾼들은 아담과 에녹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아홉 시에 불린 일꾼들은 노아와 셈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열두 시에 불려간 일꾼들은 할례의 법이 세워진 아브라함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오후 세시에 불려간 사람들은 모세와 다윗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오후 다섯 시에 불려간 사람들은 이민족 사람들이었습니다.
저같이 게으름뱅이며 늑장부리기의 대가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이든 이방인이든, 빨리 온 사람이든 늦게 온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한 데나리온, 곧 성령의 은총을 선물하심으로써, 우리 모두가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되게 하십니다.
우리 각자의 영혼에 하느님의 인장을 찍으시며 불멸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시는 것입니다.
맨 먼저 포도밭에 와서 하루 온종일 일한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 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마태오 복음 20장 12절)
이 사람들의 투덜거림에서 또 다른 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등장하는 첫째 아들의 얼굴이지요.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군요.”
(루카 복음 15장 29~30절)
이 대목에서 우리는 주님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이 철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똑같이 은총의 햇빛과 단비를 선물로 주시는 크신 하느님이십니다.
아무리 죽을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끝끝내 회개하기를 인내롭게 기다리십니다.
주님께서 내게 베푸신 크신 은총과 축복에 깊이 감사하고 찬미 드리면 그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받은 더 큰 은총과 축복을 보고 시기질투하거나 배 아파하지 말아야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주님으로부터 관대한 사랑을 받았다면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 역시 맨 먼저 포도밭에 온 사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맨 먼저 온 사람들은 어쩌면, 하느님으로부터 가장 먼저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그저 감지덕지하면서 겸손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먼저 불림 받았다는 것에 대한 우월감, 자만심으로 가득했고, 그 결과 주님으로부터 큰 질타를 받은 것입니다.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마태오 복음 20장 14~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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