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복음: 마태 10,34-11,1
모든 일을 하느님 현존 안에 행하십시오!
오늘 예수님께서는 꽤 납득하기 힘든 의아한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심사숙고해서 잘 새겨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행간에 숨겨져 있는 말씀의 진의를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 아들이나 딸들은 어쩌면 우리가 세상 안에서 극진히 섬겨야 할 세상 안의 하느님입니다.
그들을 미워하고 배척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강조하시는 것은 하느님께 우선권을 두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삶 속에서 하느님의 위치를 가장 중심에 두라는 말씀입니다.
돌아보니 저 역시 제 삶 안에서 하느님의 입지가 참 많이도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다른 많은 것들이 하느님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심에 계셔야 할 하느님께서 밀려나고 또 밀려나서 제일 구석진 곳, 한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때로 주방에서, 때로 들판에서 일하면서 부활의 라우렌시오 수사님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분은 끊임없이 하느님의 현존을 자신의 구체적인 일상 안으로 끌어오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라우렌시오 수사님은 동료 수도자들을 위해 스프를 주걱으로 저으면서 깊은 묵상에 잠겼습니다.
형제들의 구두를 수선하면서도 하느님과 깊이 일치했습니다.
라우렌시오 수사님의 말씀입니다. “반드시 큰일만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프라이팬으로 작은 계란 하나를 요리하더라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집습니다.”
따지고 보니 우리 모두 성인의 길을 걸어갈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매일 놓이는 작고 궂은 일들,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 매일 반복되는 별 의미없어 보이는 일들, 그 일을 하느님 현존 안에서 행한다면 우리 역시 성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저도 라우렌시오 수사님 비슷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형제들과 아이들을 위한 식단을 짜고, 시장을 봐오고, 지지고 볶고, 끓이고 튀기고 있습니다.
열심히는 하지만, 더 노력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단순한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들도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행한다면, 아주 훌륭한 묵상기도요 관상 기도가 됨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권고 말씀 가운데,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며느리, 시어머니 같은 용어들을 들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의 부모 형제, 형과 동생, 누이는 대체 어떤 존재입니까?
그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 확실합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서 이 세상사는 동안 연을 맺어주신 선물입니다.
당연히 그들에게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지극정성으로 서로를 보살펴줘야 합니다. 무한한 인내로 서로를 참아내야 합니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족이 아무리 소중하다 할지라도 창조주이자 절대자이신 하느님과는 비교가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당연히 그 어떤 존재라 할지라도 최고선이신 하느님보다 우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하느님을 우리 삶의 가장 한 가운데로 끌어와 모시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안에 하느님께서 굳건히 현존하신다는 진리를 기억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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