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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6-04 조회수 : 446

한 15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노부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부부의 모습이 너무 안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를 만나자마자 “신부님! 저희 죽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사연은 전화금융사기 사기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보이스피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를 잘 모르는 연세 많은 노부부는 경찰청이라는 상대방의 말을 굳게 믿고 그가 말해주는 통장에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옮긴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칠순이어서 자녀들이 큰 잔치를 해주었고, 용돈이라면서 준 돈이었는데 자녀들 볼 면목이 없다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런 돈을 사기당했다면서, 세상에 살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계속 눈물만 흘리시는 노부부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를 찾아오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살고 싶어서임을 알기에 기도하는 마음을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결론은 억울해도 그 돈 없이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달 할아버지 앞으로 연금이 나오고 있었고, 두 발 편하게 뻗고 잘 수 있는 좋은 집도 있습니다. 또 부모를 끔찍이 생각하는 효심 깊은 자녀들이 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도 있습니다. 있는 것을 따지고 보니 잃어버린 것이 억울하고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 수 있는 이유가 많았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행복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이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만을 찾습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고, 행복할 자격도 없다면서 스스로 최악의 상황으로 밀어 넣습니다.

 

과거 순교자들, 또 많은 성인·성녀들은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바로 주님입니다. 주님만 계신다면 다른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기쁨 속에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떠했을까요? 주님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믿음을 키워야 합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세금 문제를 물어봅니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한지, 합당하지 않은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세금을 내라고 하면 로마 황제의 편이냐면서 민족의 반역자라고 외칠 것이고, 세금을 내지 말라고 하면 황제의 말을 거역하는 황제의 반역자냐고 따질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 것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하느님의 것을 돌려 드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주님 하나로도 만족할 수 있는 굳은 믿음입니다. 그래야 세상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하느님 것만을 바라보면 살 수 있습니다. 커다란 만족 안에서 기쁨과 행복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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