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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5-21 조회수 : 427

겉으로는 주님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실제로는... 
 
 
오늘 예수님께서는 두번째 수난 예고를 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마르 9,31) 
 
당신 입으로 직접 수난과 죽음을 예고를 하시는 예수님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묵상해봅니다.
예견되는 끔찍한 상황이 눈앞에 떠올라 마음이 엄청 산란하셨을 것입니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다고까지 말씀하실 정도로 두려우셨습니다. 
 
이런 스승님의 마음과는 달리 제자단의 반응은 한심할 정도였습니다.
그들은 스승님의 수난과 부활에 대한 예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해 질문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 예고가 그간 자신들이 꿈꿔왔고 상상해왔던 길이 아니었기에 때문에 일부러 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추구하고 있는 왕국과 제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왕국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이 보이고있는 극단적 미성숙과 스승님의 정체와 사명에 대한 몰이해는 점점 커져만 갑니다.
카파르나움에 위치한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집에 도착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을 하였느냐?”
앞서 걸으시던 예수님께서 뒤따라오던 제자단의 분위기를 눈치채셨던 것입니다.
계속 티격태격하며 뒤따라오던 제자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니, 예수님 당신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였습니다. 
 
제자들은 부끄럽게도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인가 하는 문제로 길에서 한바탕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그들은 노상에서 서열다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주님과 동고동락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주님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대목은 교회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봉사하는 성직자 수도자들이 깊이 성찰해야 할 부분입니다. 
 
매일 교회 안에 머물면서, 매일 거룩한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겉으로는 주님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정작 마음과 정성이 없기에, 그저 타성과 매너리즘에 빠져있기에 가장 주님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가 진지하게 돌아봐야하겠습니다. 
 
제자들은 부지런히 스승님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허깨비같은 몸만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정신과 영혼을 전혀 따라가고 있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제자, 무늬만 제자였던 것입니다.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마음이 심란해진 예수님이신데, 그래서 이미 두 번씩이나 제자들에게 수난 예고를 하셨는데, 그렇다면 스승님이 걸어가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에 대해 함께 진지하고 숙고하고 고민할 법도 한데, 제자들은 스승님의 수난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일말의 양심이 있는 제자라면 스승님이 겪고 계신 고뇌에 조금이라도 참여하기 위해 노력할텐데,
그래서 스승님을 따뜻한 말로라도 위로해드리고자 노력할텐데, 제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누가 큰 사람인가?
스승님의 나라가 서면 누가 오른쪽 왼쪽에 앉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가득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도 갈길이 까마득한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절대로 굽힐 수 없으며,
어쩔 수 없는 당신의 운명과 사명, 핵심 사상에 대해서 가르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코,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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