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6,16-21
우리도 사도들처럼 약자의 작은 목소리를 경청합시다!
요즘에야 먹을 것이 넘쳐 흐르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얼마나 굶주리며 살았는지 모릅니다.
기름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이나 고깃국은 명절이나 생일 때나 겨우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이면 큰일 날 일이지만, 가족 안에서도 사람에 따라 밥상의 질이 달랐습니다.
어르신들이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는 반찬에도 특별대우가 있었습니다.
한참 먹을 나이때, 어린 제 눈에도 먹는 것에 대한 불공평이 그리도 커 보였습니다.
음식이라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큽니다.
식사 한 끼 그럴듯하게 잘 하고 나면 불평불만이 확 사라지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누구에게는 한우를 내놓고 누구에게는 수입산 돼지고기를 내놓으면 즉시 얼굴빛이 변합니다.
음식에 대한 차별대우가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거룩한 지향을 가슴에 품고 시작한 초대교회 공동체에도 만만치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했습니다.
나이, 성별, 학벌, 출신지 등등 모든 것이 다른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살다 보니 너무나도 자연스레 사소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는 아주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고 있습니다.
바로 배식에 있어서의 차별대우 문제였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계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따진 것입니다.
그리스계 과부들이 음식 배급을 받는데 홀대를 당한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사도들이 취한 조치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자마자 즉시 행동에 옮겼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약자들인 그리스계 과부의 민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약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경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취한 조치는 공평한 식량 배급을 위한 훌륭한 협조자를 일곱 뽑았고 그들에게 식량 배급의 전권을 맡겼습니다.
초대교회 공동체가 지니고 있었던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사도들이 어떻게 대처했는가 하는 것은 오늘 우리 공동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초대교회 공동체의 문제는 곧 오늘 우리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은 커다란 도전과 문제 앞에서 세 가지 구체적인 노력을 되풀이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한한 인내와 용서,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와 의견수렴, 그도 안될 때는 아주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데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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