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요한 5,31-47)
<저리 고운 옥색 하늘이 열리는 날>
가끔씩 바닷가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도 잔잔하던 바다, 그래서 호수 같은 바다였는데, 순식간에 세찬 바람과 함께 높은 파도가 몰려옵니다.
먹구름과 함께 인자한 노인 같던 바다는 한 순간에 화가 잔뜩 난 난폭한 젊은이로 바뀌고 맙니다.
그런 바다, 갯바위 위에 오래도록 서 있었습니다.
뺨에 와 닿은 바람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몸에 느껴지는 바람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먹장구름을 뚫고 푸른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속히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전혀 느껴지지 않던 새로운 감정이 밀물처럼 제게 다가왔습니다.
언젠가 하느님의 도움으로 내 인생도 먹장구름이 활짝 걷히고 저리 고운 옥색하늘이 열릴 날이 반드시 다가 올 거야, 하는 충만한 희망이 다가왔습니다.
잠시지만 너무나 은혜로운 체험이었습니다.
피정의 결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불투명하고 흐리지만, 언젠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말씀이 보다 생생하게 전해져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성경말씀의 은총이 폭포수처럼 제 영혼에 내려와 하느님 말씀 한자 한자가 감사와 선물로 다가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날 그분의 말씀은 제게 정녕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생명의 양식이 될 것입니다.
그때 그분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꿀처럼 달 것이고, 생명수처럼 시원할 것입니다.
그 말씀은 제 인생을 환히 밝히는 등불이 되겠지요.
그때 제 삶은 보란 듯이, 그리고 말끔히 정돈되고, 삶은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드는 심각한 반성입니다.
그간 너무도 주변에서만 맴돌았구나.
원뿌리를 외면하고 가지만 붙들고 있었구나, 하는 후회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 원전입니다.
성서 본문입니다.
원천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봉독은 뒷전인 채, 주석서다, 해설서다, 지침서에만 너무 매달렸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성경말씀, 성경 원전이 제 삶의 중심이 되길 바랍니다.
그 말씀은 바로 예수님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리 삶이 허황된가, 왜 이다지도 인생이 허전한가, 생각해봤더니 말씀의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더군요.
매일의 말씀에 삶의 지침이 있음을, 그러기에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말씀에서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길 바랍니다.
그렇게 될 때, 그 어디에 있든, 그 어떤 곤경 앞에 서 있든, 그 아무리 무거운 십자가가 다가온다 해도, 흔들리지 않고 외로워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