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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11 조회수 : 592

이적과 표징의 차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께서 모세가 장대에 구리뱀을 달아 올린 것처럼 당신도 십자가의 죽임을 당해야만 함을 설명하십니다.
구리뱀이 없었다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모두 죽어야만 했습니다.
다만 뱀에 물렸더라도 구리뱀을 바라본 이들은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냥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믿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17년 10월 13일, 포르투갈의 파티마 근처 코바 다 이리아 들판에서 일어난 태양의 기적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은 당시 신문에도 대서특필 될 정도로 수천 명의 사람이 목격한 기적이었고 성모 마리아를 여섯 번 보았다고 주장한 세 목동의 예언이 성취된 것입니다. 
 
이날 비가 오고 있었는데, 구름 중간이 뚫리며 그 밖으로 태양이 성체 모양으로 땅에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다시 올라갔습니다.
당시 모였던 사람들은 종말이 온 줄 알았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자 땅은 말라버렸고 옷도 말라 있었고 병이 들었던 사람들은 치유를 받았습니다.
실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하는 놀라운 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기적을 보았던 사람이 모두 구원받았을까요? 여전히 기적에 반대하던 이들은
그것을 보고도 회개하지 않았고 그 기적을 보고 믿었던 사람들도 분명히 많은 수가 다시 냉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기적을 보았지만, 표징은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요한 복음에서 기적이나 이적, 그리고 표징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갈릴래아 지방 사람들은 처음엔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번 예루살렘에 다녀오고 나서는 예수님을 받아들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일으킨 많은 기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표징은 오늘 카나의 혼인 잔치에 이어 두 번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분명 기적과 이적, 그리고 표징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적과 이적은 어느 정도 믿음은 줄 수 있지만, 구원에 이르는 믿음은 주지 못합니다.
반면 표징은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줍니다. 무엇이 다른지 알아야 합니다.  
 
요한 복음에서 기적은 누군가가 하느님의 사람임을 알려주는 표징이고 이적은 나도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음을 믿게 하는 표징입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표징인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의 믿음이 아니었으면 그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원치 않는 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꾼들이 정결례 항아리에 물을 붓는 믿음도 요구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기적이 인간의 믿음의 순종이 개입하였기에 나도 그렇게 순종하면 나를 통해서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믿게 합니다. 이것이 표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왕궁 관리는 믿고 떠나야 하는 시험을 받습니다.
하루가 지났을 때 집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나 그 기적이 일어난 시간이 예수님께서 종의 병이 나을 것이란 시간과 일치함을 알고 온 가족이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왕궁 관리는 자신의 믿음으로도 표징이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면 기적은 어떤 누군가가 “나는 하느님이 보낸 사람이니까 이런 기적을 행할 수 있고 너희는 못 하니까 나에게 순종해야 해!”라고 하는 말과 같습니다.
이단과 사이비에서 이런 일들을 하며 사람을 모읍니다.
그러나 참 믿음으로 성정하지는 못합니다.  
 
요한복음에서 또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표징이라 말합니다.
여기서는 제자들이 빵을 나누어주는 믿음의 행위가 요구됩니다.
예수님은 당신 기적에 당신 제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누구나 그 기적을 이루는 주체가 되게 하셨습니다.
태생 소경을 고치는 장면에서도 소경이 믿음으로 흙을 실로암에서 씻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표징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믿고 순종하기만 하면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표징의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이 함께한 묵주기도로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마귀가 쫓겨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표징입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표징이 누군가에게 믿음을 줍니다.
기적은 ‘그분이니까 할 수 있고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표징은 ‘저들도 할 수 있으니 나도 할 수 있겠네!’라는 믿음을 주어 본성이 상승하는 열매를 맺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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