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1,14-23
우리 역시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고민합시다!
웬만해서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는 성격이라 가끔 가뭄에 콩나듯 병원에 가면 과거와는 완전 딴판인
첨단 의료 시스템에 화들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진단과 치료를 위한 별의별 의료 기계들에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최첨단 의료 기술에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안 계신 제 어머니를 진료해주시던 주치의 의사 선생님이 기억납니다.
명의로 소문이 자자해 몰려드는 환자로 늘 바쁘셨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환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해주시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번 해보자며 희망과 용기를 주시던 분이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의사 선생님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병마를 쫓아내던 또 다른 예수님이셨습니다.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 가장 역점을 두셨던 사목활동이라면 단연코 치유와 구마 활동이었습니다.
의료 체계나 수준이 열악하던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별것 아닌 병 앞에서도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 득실대던 마귀의 횡포에 죽을 고생하고 있던 사람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백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당신 두눈으로 확인한 예수님께서는
발길 닿는 곳 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환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른바 하느님 아버지의 손가락이 되어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재생시키고, 길길이 날뛰며 횡포를 부리던 마귀들을 잠잠케 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당신의 손가락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오늘 우리는 이 소중한 손가락으로 어떻게 하느님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과 한없는 자비를 드러낼 것인가,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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