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5,20ㄴ-26
미사가 무의미해지는 결정적 이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의로움’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의로움은 심판의 기준입니다.
의로움은 자신이 받은 것만큼 내어줄 줄 아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로 죄가 용서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의롭지 못함은 내가 그렇게 받았는데도 이웃을 심판하는 일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나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라 하십니다.
만약 우리 자녀가 서로 형제끼리 싸우고 미워하면서 부모에게 와서 사랑한다고 하면 기쁠까요?
모두가 나의 자녀들이고 나의 자녀를 무시하면 나도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형제를 미워하며 부모를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성당에 아무리 오해 다녀도 사랑이 증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구역 판공을 하다 보니 그런 것들로 상처받아서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어서 상대가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되었는데 자신만 하느님을 만나러 오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까요?
먼저 예물을 바치기 전에 상처를 준 사람에게 가서 사과해야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예배하려 할 때는 그 누군가와 관련된 모든 것을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과 집착은 완전히 다릅니다.
미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일까요?
성체성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봉헌입니다. 봉헌이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를 이어주는 중앙에 위치합니다.
말씀도 성체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봉헌이 온전하지 않으면 두 부분이 다 의미를 잃습니다.
선악과를 바치지 않은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과 생명나무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봉헌해도 내가 봉헌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예전에는 짐승을 바쳤습니다.
짐승을 바칠 때는 흠 없는 것을 바쳐야 했습니다. 나에게 가장 귀한 것을 바쳐야 주님께서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과 성체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그래야 마음이 이어져 주님과 하나가 됩니다.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처럼 봉헌하면 어떨까요? 그들은 집착하는 걸 바쳤습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봉헌한 것에 보답을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아야 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인정입니다.
참다운 봉헌은 집착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라 여겨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아이가 형제를 소유하게 되지 않고 부모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보면 동생이 태어난 질투 때문에 동생의 머리카락을 뽑거나 꼬집으며
괴롭히는 경우를 봅니다.
누나는 아기 남동생이 밉습니다.
만약 아기 남동생의 뽑힌 머리카락을 부모에게 내밀며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게 사랑일까요?
먼저 자신이 바친 것이 부모의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첫째가 부모처럼 아기에게 젖을 주고 목욕시키는데 도와주라 권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부모가 된 듯이 동생을 돌봐줍니다.
이때 누나는 동생을 부모의 심정으로 대하게 됩니다.
그러면 동생에게 봉사하며 부모를 예배하게 됩니다.
이때 하는 행위는 부모를 기쁘게 합니다.
사랑은 창조자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때 생기고 그 사랑하는 것을 바칠 때 참다운 예배가 되고 성체를 영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때야만 온전한 봉헌이 되고 온전한 봉헌이 될 때야만 미사가 참다운 예배가 됩니다.
성당엔 나오지만, 생명을 경시하고 이웃을 미워하는 사람 중에 여러분이 하느님이라면 누구를 구원해주시겠습니까?
답은 뻔합니다.
부모를 공경한다며 형제를 미워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참다운 예배는 부모의 피땀이 묻어있는 것에 대한 태도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제물을 봉헌하기 전에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하느님의 것으로 먼저 사랑합시다.
가장 완전한 피조물인 인간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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