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4,1-20
지난 20년 동안 힘들게 이룬 절제의 덕을 단 15분 만에 포기하기를 진정으로 바라십니까?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1567~1622)는 프랑스 남동쪽과 스위스 서쪽에 위치한 사부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영재였습니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던 아버지의 뒷받침도 제대로 받았습니다.
12살부터 파리로 유학을 떠났으며, 소르본 대학, 파도바 대학에서 수학을 했습니다.
불과 25세 나이에 민법과 교회법 박사 학위를 따냈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으며 상원의원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렇게 앞날이 창창하던 살레시오는 아버지의 큰 반대를 무릅쓰고 26세의 나이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뜻밖의 상황에 너무나 당혹스러웠던 아버지였지만, 아들 살레시오의 뜻을 굽힐 수 없음을 알게 되었기에 차선책을 찾았습니다.
이왕 사제가 되었으니, 고위층 성직자가 될 수 있도록 밀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살레시오는 그런 아버지의 뜻을 철저히 무시합니다.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칼뱅교도가 득세한 샤블레 지역으로 파견됩니다.
2만 5천명이나 되는 주민들 거의 모두가 칼뱅교로 넘어가고 가톨릭 신자 수는 백 명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종교적 적대감정이 가득한 샤블레 지역에서 살레시오가 보여준 선교 방식은 오늘 우리가 눈여겨 볼만 합니다.
살레시오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적개심과 반발심으로 가득한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합니다.
지역 주민에게 친근감을 주려고 어려운 사투리를 힘겹게 배웠습니다.
선교 효과가 미미하자 작은 전단지를 만들어 일일이 대문 밑으로 밀어 넣거나 거리의 기둥이나 벽에 붙였습니다.
결국 살레시오가 샤블레 지역 선교를 성공하게 된 비결은 한 명 한 명과의 성실한 대화, 무엇보다도 진지한 경청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 특히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 안에 선함을 존중했습니다.
살레시오가 지닌 무한한 인내심과 온유함은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무장해제시켰으며, 그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살레시오와 함께 방문 수녀회를 창립한 프란치스코 요안나 드 샹탈의 증언은 수시로 분노하는 우리에게 큰 성찰거리를 건네주고 있습니다.
저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살레시오 주교님이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날 저는 그분에게 방문 수녀회에서 겪고 있는 어떤 난관에 대해 왜 분노하지 않으셨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힘들게 이룬 절제의 덕을 단 15분 만에 포기하기를 진정으로 바라십니까?”
“진정으로 인내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된 운명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정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고통에 대해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받아들입니다.
절대로 중얼거리거나 불평하거나 확대해석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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