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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16 조회수 : 856

부부임을 자주 잊을 때 더 부부가 된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밀이삭을 뜯어먹는 제자들을 두고 예수님께 따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두둔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유대인들에게 안식일 법은 상당히 엄격합니다.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발걸음 숫자가 정해져 있고 엘리베이터 층수도 누를 수 없으며 에어컨이 꺼져도 다시 켤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율법에 집중하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백성이 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율법에 집중할수록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법에 집중할수록 법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결혼에 집중할수록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경계에 집중할수록 차는 경계선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만약 물고기가 자기를 바라보는 고양이가 무서워 어항 유리가 튼튼한지만 집중하고 있다면
그 안에서 다른 물고기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법은 이 어항과 같습니다.
그냥 그 안에 머물면 되지 그것에 신경 쓰면 정작 법을 주신 분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게 됩니다.  
 
왓챠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줄거리입니다. 창욱은 40대입니다.
그는 번역가와 인문학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출판사 사장이고 남편은 아내의 글솜씨가
맘에 안 들고 남편은 아내가 가정에 소홀한 것 같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둘은 얼마간의 별거를 하게 되었고 남자가 아내 없이 사는 것이 너무 편했는지 먼저 이혼장을 들고 왔습니다. 아내도 도장을 찍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말기 대장암 판정을 받습니다. 소화기 문제로 먹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녀는 창욱에게 매일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창욱은 라면밖에 할 줄 모릅니다.
창욱은 의리 때문인지 당분간 아내를 위해 요리를 배워가며 하기로 합니다.
창욱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요리해보지 않았지만, 오직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쓰며, 서투르지만 조금씩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아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내는 죽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편과 아들을 바라보며 슬프지만, 괜찮게 죽습니다.
이 모든 것은 부부임을 잊고 사랑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부라면 여자가 음식을 하고 남자가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평소 삶은 이 반대였습니다.
남편이 가정일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바깥일에만 열중하는 아내에게 불만을 품었었습니다.
아내도 자신보다 돈을 못 버는 남편에게 불만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부부는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부부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선일 뿐입니다. 차의 양쪽 차선에 집중하면 차가 뒤뚱거리다 결국엔 차선을 넘습니다.
운전을 잘하려면 차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중앙을 봐야 합니다.
그러면 차선을 넘는 일이 없습니다.
부부가 되었다면 더는 부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랑만 생각하면 됩니다.
상대를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까만을.  
 
결혼은 왜 하는 것일까요? 더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식으면 어떨까요?
사람은 결혼이란 틀에 맞추기 위해 살아갑니다. 이것이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모든 것은 사랑을 지향합니다.
이 지향을 잊으면 안식일 법을 위해 사람이 희생하다 결국엔 지쳐 그것마저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모든 율법은 금붕어에게는 어항과 같고 운전자에게는 차선과 같습니다.
그 안에 들어와 있다면 그것을 만들어준 이유, 곧 사랑만을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그러면 선을 넘지 않습니다.
율법주의자가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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