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2,1-12
오늘 우리에게는 호의와 친절을 겸비한 따뜻한 이웃이 필요합니다!
중증 중풍으로 인해 사람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 예수님께로 온 환자를 바라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숨 쉬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갓난 아기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 옷 갈아입는 것, 씻는 것, 밥숟가락 드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없으니, 그 삶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이렇게 맨날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었지만, 그것조차도 불가능했습니다.
살다 보면 때로 우리 역시 중풍 병자 같은 처지에 놓이기도 합니다.
깊은 수렁 속에서 한번 빠져나오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도무지 빠져나올 도리가 없습니다.
생각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과 자비로 충만하신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입니다.
더불어 호의와 친절을 겸비한 따뜻한 이웃, 내 이 비참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줄 동료들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중풍 병자에게는 바로 그런 이웃 네 사람이 있었습니다.
치유자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은 네 사람은 중풍 병자를 들것에 실어 그분께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거처에 도착해보니, 또 하나의 높은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사도들로부터 대기 번호표를 받았는데, 500번이었습니다.
순번을 지키다가는 사흘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고민 고민 끝에 그들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즉시 실천에 옮깁니다.
지붕 위로 올라가 지붕을 뚫는 것이었습니다.
이쯤 해서 아래로 한번 내려가 볼까요?
아래 거실에서는 예수님께서 치유 활동에 전념하고 계셨습니다.
갑자기 지붕 위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리고, 지붕이 열리더니 나뭇가지며, 잡동사니들이 우르르 떨어졌습니다.
잠시 후에 밧줄에 매단 환자가 내려왔습니다.
“자, 천천히. 조심조심! 수평을 맞추고, 지금 너무 왼쪽으로 기울었으니 오른쪽으로. 오케이!”
이윽고 예수님 바로 앞으로 내려온 중풍 병자! 너무나 특별한 광경에 많이 당황하셨겠지만,
예수님께서는 중풍 병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극정성을 크게 평가하십니다.
중풍 병자 입장에서는 또 얼마나 감격했겠습니까?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에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쉼 없이 흘렸을 것입니다.
나를 들것에 싣고 그 먼길을 뛰어온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 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에, 반드시 치유되어 백배 천배로 갚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 일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흐른 어느 날, 우리도 오늘 중풍 병자처럼 하늘만 쳐다보고 누워있게 될 것입니다.
들것에 눕혀 어디론가 실려갈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들것이나 침대, 휠체어에 의지하고 계신 어르신들, 선배들, 부모님들,
환자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해야겠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돌봐드려야겠습니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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