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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09 조회수 : 723

우연히 옛날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학교 입학할 때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35년 전의 사진입니다. 우선 지금과 달리 너무 젊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멋을 내려고 했는지 머리카락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상당히 말랐습니다. 하긴 당시에는 60kg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가졌었던 생각도 떠올려졌습니다. 좋은 신부가 되겠다는 다짐, 예수님을 뜨겁게 사랑하겠다는 마음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도 많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학교 공부에 힘들어했고, 열심히 공부해도 향상되지 않는 제 모습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고, 그래서 과연 신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신학생 때, 실패의 경험이 가장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던 제가 암기 중심의 철학과 신학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름으로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좌절에 저의 미래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실패의 내용이 사진 한 장에서 쫙 펼쳐졌습니다. 그렇다면 실패를 경험했던 그 시간이 잘못된 시간일까요? 만약 그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주님께서 얼마나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것인지를 깨닫는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또 주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족했던 저도 바꿔 쓰시는 그분의 힘에 감탄하게 됩니다.

 

과거의 제 모습을 보며,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포기, 좌절의 단어를 담아 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 노력에 전지전능하신 주님의 사랑이 합해져서 과거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과 그 큰 힘에 대해 오늘 복음은 증언합니다.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지요. 그는 “나자렛 사람 예수님,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던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과 달리 예수님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25)라고 꾸짖으십니다. 더러운 영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직 그분은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 자체에만 관심이 있으셨습니다.

 

더러운 영들도 복종할 수밖에 없는 주님의 권능과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사랑을 전혀 보지 못해서 주님께 의탁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쉽게 판단하고 스스로 좌절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명언: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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