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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20 조회수 : 673

종종 신부 중에 새벽 미사에 늦게 들어가는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물론 신부도 인간이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지 못해서 늦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늦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신부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미사를 하기 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평일 미사는 1시간 전에, 주일과 대축일 미사는 30분 전에 고해소 안으로 들어가서 성사를 주고 미사 준비를 합니다.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들어오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는 저의 미사를 위한 준비이고, 저의 정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급하게 미사에 헐레벌떡 들어가는 신부들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그러면 안 된다면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주일 저녁 미사 때에 부랴부랴 제의방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고해소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곧바로 미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제관 시계를 잘못 본 것입니다. 시계를 보고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계가 멈춰있었던 것입니다.

 

제대로 살지 못한다고 다른 신부를 비판하던 저였지만, 저 역시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전혀 그러지 않을 것처럼 자신 있게 말했지만, 저 역시 언제든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 역시도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하느님도 심판하지 않는데, 뭐가 그리 잘 났다고 남을 비판하고 단죄할 수 있을까요? 이런 행동들이 하나의 습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 나아가 하느님에 대해서도 온갖 불평불만을 하면서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까?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을 찾아가서 엄청난 소식을 전해줍니다. 바로 예수님 잉태 소식이지요. 이 세상을 구원할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다는 커다란 기쁨입니다. 그래서 가브리엘 천사의 첫 마디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성모님의 지금 처지입니다. 당시는 결혼 전에 아기를 갖게 되면, 간음했다는 이유로 투석형을 당해 죽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기쁜 소식이라 할지라도 거부할 수밖에 없으며, 하느님의 이런 선택은 잘못되었다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활동을 가로막지 않습니다. 여기에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활동은 무조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셨던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우리의 교만함으로 얼마나 많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을까요? 성모님과 같은 겸손함을 통해서만이 하느님의 활동에 함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명언: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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