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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19 조회수 : 683

루카 1,5-25 
 
얼굴과 존재 자체로 주변 사람들에게 온유와 친절의 교사가 되어 주십시오! 
 
 
60, 70 나이가 될 때 까지 자녀가 없어 의기소침해 살아가던 노인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자비와 축복이 얼마나 놀라운 것이었던지, 처음에 그들은 도무지 믿지 못했습니다. 
 
믿지 못하는 것을 넘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고, 어이가 없는 일이어서 속으로 헛웃음까지 터져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그들 내면의 표현이 이랬습니다.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 1,18) 
 
즈카르야의 반응은 오늘 이 시대 많은 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치도 않은 긴 노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품위있고 고상하고 삶의 질이 높은 노년기라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수많은 대다수의 노인들이 아무런 희망도 없이 가치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앙없이 살아가는 노인은 더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만 희망을 둡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희망을 둘 곳이 없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좌절이요 환멸이고 지옥 같은 현실입니다. 
 
이렇게 신앙없는 노인들, 세상의 노인들은 새벽부터 밤늦도록 지루해 죽습니다.
산보나 등산도 하루 이틀이지 즉시 싫증이 납니다.
그 어디서도 오라고 손짓하는 데가 없습니다.
외로움에 몸부림을 칩니다. 
 
이런 면에서 올곧은 신앙을 지닌 노인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지 모릅니다.
몇몇 노인들을 뵐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연세가 70, 80인데도 새벽부터 밤늦도록 바빠 죽습니다. 
 
기상하자마자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고 한 시간 두 시간 자녀들과 손주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10시 미사 가기 위해 꽃단장을 하십니다.
성당에서 만난 절친한 교우들과 나누는 이야기꽃이 무르익으면 오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레지오 회합, 연령회 회합, 반 모임, 일주일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신앙생활이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신앙 안에 살아가는 노인들은 정녕 행복합니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이 세상 정녕 멋진 세상이지만, 이 세상 반드시 지나갑니다.
그리고 이 세상보다 훨씬 아름답고 풍요로운 또 다른 세상, 하느님 나라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불행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병고나 노화나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또 다른 희망을 간직하고 기쁘게 살아갑니다. 
 
막 87세 생신을 지내신 노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행복한 노인의 모델을 온 몸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 병약한 노구를 이끌고도 세상과 인류를 위해 적극적으로 헌신하고 계십니다.
마지막 불꽃을 아낌없이 활활 소진하고 계십니다.
노인으로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신 안에 주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간직한다면 영원한 청춘으로 살 수 있습니다.
노인이라고 포기하거나 낙담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후손들에게 달릴 곳을 다 달린 훌륭한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얼굴과 존재 자체로 주변 사람들에게 온유와 친절의 교사가 되어 주십시오.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고나 노화 죽음조차도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도구로 사용하십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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