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1,16-19
예수님의 등장으로 이제 슬픔과 눈물의 시대는 지나가고 기쁨과 축제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한 인간 존재가 이 세상에 왔다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때 까지 여러 호칭이나 애칭, 별칭들이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어린 시절에는 우량아를 넘어 과도 비만이다 보니, 돼지라는 별명을 늘 달고다녔습니다.
수도원 들어와서 첫서원을 하고 나서는 수사라는 칭호가 붙었습니다.
사제품을 받고 나니 갑자기 다들 신부님! 신부님! 하고 부르니, 한동안 적응이 안되 혼났습니다.
그뒤에도 호칭은 자꾸 추가되었습니다.
시설장, 원장, 관구장.
얼마전 다 읽고나서 그 허접함과 허무맹랑함에 기가 차지도 않았던 반일종족주의의 공저자들 이름 뒤에 붙은 호칭을 보고나서는 쓴웃음이 저절로 지어졌습니다.
전 ××대학교 교수 ㅋㅋㅋ 본인의 이름만 걸어도 되는데, 현직에 있지도 않으면서, 굳이 전 대학교 교수라고 밝혀, 현직에 있는 교수들이나 동문들,
재학생들의 큰 수치심을 유발시키는걸 보면서 참으로 웃겼습니다.
이름 앞에 붙이는 칭호나 수식어가 제대로 살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는 큰 모욕이요 수치가 될수도 있기에, 심사숙고해서 붙여야 하며, 칭호에 걸맞는 삶을 살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 이름 앞에 붙는 칭호나 수식어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메시아,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어린 양, 주님 나의 주님, 착한 목자, 스승님, 랍비, 선생님...
대체로 예수님이란 존재에 걸맞는 영예로운 호칭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도 일부 유다 지도층 인사들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은 그분께 아주 부정적인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먹보요 술꾼, 창녀들과 죄인들의 친구!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마태오 복음 11장 19절)
오히려 사악한 적대자들이 예수님 이름 앞에 붙였던 부정적인 칭호가 제게는 더 큰 호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분께서 당대 잘나가던 왕족이나 귀족들, 세력가들이나 지역 유지의 친구가 아니라,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였으며 먹보요 술꾼으로 불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스럽고 마음에 듭니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당연히 주님께서는 나처럼 흠많고 허물투성이인 사람에게도 친구맺기 하자고 다가오실 것이니, 이 얼마나 은혜롭고 기쁜 일이겠습니까?
세례자 요한은 아주 엄격한 금욕과 속죄의 생활을 지속했습니다.
산해진미 앞에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식했으며, 최고급 포도주 앞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향긋한 포도주 앞에만 서면 급격히 작아지는 저와는 달리, 세례자 요한은 목숨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하게도 자신을 통제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 다음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엄격한 금욕생활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잔치집에 가면 ‘이게 웬떡이냐?’하시며, 제자들과 함께 사정없이 주린 배를 채우셨습니다.
포도주가 나오면 서둘러 코르크 마개를 따셨고,
제자들과 함께 건배도 하시며, 원없이 드셨습니다.
얼마나 잘 드시고 잘 마시셨으면, 적대자들은 예수님을 보고 먹보요 술꾼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세리와 죄인들, 창녀들과 이방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는 큰 스캔들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신의 육화강생으로 인해 이제 이 세상은 기쁨의 때, 축제의 순간, 완성의 시기가 도래했으므로 더 이상 단식이나 금욕은 의미가 없게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과 함께 이 순간의 축제를 즐기고 만끽하는 것입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삶이 비록 고통과 슬픔, 눈물과 상처로 가득한 나날이라 할지라도,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 매일 삶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암담하고 착찹할지라도
부단히 우리 삶을 긍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매사를 언제나 좋게, 너그럽게, 관대하게 생각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의 등장으로 이제 슬픔과 눈물의 시대는 지나가고 기쁨과 축제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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