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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11 조회수 : 577

루카 5,17-26 
 
폐기 문화와 맞서 싸우십시오! 

 
 
인생을 정리해야 할 무렵,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아버지인 교황으로 새로운 부르심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낙담하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지평을 열어주는 말씀입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더는 새로운 일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은퇴할 나이에 로마 주교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영원하시며, 그분 역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은퇴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이제 연세가 만만치 않은 노인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동료 노인들에게 건네는 바람직한 노인 신앙인으로서의 이정표가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릅니다. 
 
노인 여러분!
지혜와 풍요로움의 원천이 되십시오.
세상의 부패와 타락에 맞서는 예언자가 되십시오.
노인의 삶도 충만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드러내십시오.
죽음은 끝이 아니라 통로요, 과정이며 완성임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시대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 사람들에게 또 한 가지를 간곡히 요청하십니다.
“이 비정한 시대, 폐기 문화, 즉 버리는 문화와 결연히 맞서 싸우십시오!” 
 
정말이지 우리 시대는 폐기 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충분히 쓸만한데도 무조건 폐기 처분입니다.
조금만 손보면 십년 이십년 잘 사용할 수 있을텐데도 미련없이 폐기 처분합니다. 
 
물건만 폐기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도, 더 나아가서 사람까지도 폐기 처분합니다.
더 이상 생산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 짐이 되고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병이 길어 진다는 이유로, 가장 가까운 가족들까지도 폐기 처분하는 문화가 우리 안에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그들’의 행동은 가슴에 손을 얹게 만듭니다.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사람들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을 만나뵙게 하려 했으나, 엄청난 군중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중풍 병자의 치유라는 간절한 목표 앞에 포기할 줄을 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머물고 계신 집 지붕 위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냈습니다.
중풍 병자가 누워있는 평상에 줄을 매달아, 예수님 앞으로 내려보냈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그들로 인해 예수님의 심기가 불편하셨을 텐데도,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강한 믿음을 보시고, 즉각적인 치유의 은총을 선물로 주십니다. 
 
틈만 나면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인간 존재를 자신들의 눈앞에 안 보이게 하려는 우리입니다.
더 이상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어떻게 해서든 폐기해버리려고 발버둥치는 우리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서 데려온 ‘그들’의 행동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자기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지, 오지랖도 넓다.’고 비아냥대는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금 이순간 큰 고통 속에 있는 중풍 병자를 향한 강력한 측은지심, 그것이 예수님의 자비와 은총을 불러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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