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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08 조회수 : 950

루카 1,26-38 
 
나를 세상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게 해 주는 원죄 
 
 
오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은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말인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에 다 들어있습니다.  
 
은총은 죄로 끊깁니다.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는 선악과를 바치지 않음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께 무엇을 바치지 않으려 하는 이에게 은총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래서 생명나무를 거절하셨습니다.  
 
어떤 아들이 부모가 주는 돈으로 향락과 도박을 즐기는데 부모를 위해 감사의 선물을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자아가 커져서 그것밖에 안 주는 부모를 원망합니다.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에게 부모가 준 돈은 은총이 아니라 멸망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은총 중의 은총은 하느님 자신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주시려면 그에 합당한 그릇이 필요하였습니다.
이 신비로운 그릇이 성모 마리아셨습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처럼 뱀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라야 그 은총이 독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죄에 물든 인간에게는 아드님을 주실 수 없으셨고 오직 성모 마리아께만 아드님이 인간이 되실 수 있으셨습니다.
이를 위해 시간과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으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 구원을 위해 미리 성모 마리아를 원죄에 물들지 않도록 섭리하셨습니다.  
 
그러나 합당하지 않은 이에게 특은을 주는 경우가 있을까요? 하느님은 정의이십니다.
선물을 받을만한 이에게 그것을 주십니다.
그러니 성모 마리아께서 아무런 공로 없이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택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 또한 하느님을 공의롭지 못한 분으로 만드는 일이 됩니다. 
 
성모님은 절대 뱀과 대화하여 자신을 그의 비서가 되게 하실 분이 아니셨습니다.
성모님은 뱀을 밟고 하느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성모님을 닮지 않으면 우리는 누구도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는 안드레아 ‘앤디’ 삭스를 중심으로 한 영화입니다.
앤디는 언론인이 되고자 최근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녀는 권위 있는 패션 잡지 ‘런웨이’의 강력하고 까다로운 편집장인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보조 비서로 취직합니다.
미란다의 정식 비서는 에밀리입니다.
그녀는 촌스러운 앤디를 비웃습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 앤디는 다소 순진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한 젊은 여성으로 묘사되며, 고급 패션 세계에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저널리즘 산업에서 그녀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미란다 프리스틀리 밑에서 일을 맡습니다.
처음에 앤디는 까다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미란다의 작업과 기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앤디는 자신의 역할에 적응합니다. 그녀는 더욱 멋지게 옷을 입기 시작하고 자신의 직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자신감을 얻습니다.
그녀의 헌신과 노력은 미란다의 존경을 얻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앤디의 개인적인 관계는 특히 그녀의 직업이 그녀의 삶을 소모함에 따라 그녀의 남자친구, 친구,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집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일어납니다. 비서 에밀리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미란다를 보조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란다는 에밀리 대신 보조 비서인 앤디를 선택합니다.
앤디는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에밀리가 그렇게 소원하던 파리 패션 위크를 따라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앤디는 미란다를 편집장에서 교체하려는 음모에 대해 알게 됩니다.
긴장된 관계에도 불구하고 앤디는 미란다에게 경고합니다. 
 
미란다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가장 가까운 동료인 나이젤을 희생시킵니다.
이러한 배신행위와 자신의 직업이 그녀를 미란다와 닮아가게 만들고 있다는 깨달음은 그녀가 자신의 가치와 야망을 재평가하도록 이끌었습니다. 
 
미란다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앤디도 에밀리에게 그렇게 한 것을 들먹이며 그녀가 자신을 닮았다고 말합니다. 
앤디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란다는 결국 누구나 다 자신과 같은
지위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앤디는 직장을 그만두고 미란다와 ‘런웨이’의 세계를 떠납니다.
그녀는 저널리즘의 뿌리로 돌아가 신문사에 지원하고 일자리를 얻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친구들, 가족들과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됩니다.  
 
아른힐 레우뱅은 자신의 책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비서’입니다.
자아거나 하느님입니다.
자아는 세상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라고 하고
하느님은 이웃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하십니다.
그 선택은 나에게 달렸습니다. 
 
성모님은 단 한 번도 자아의 비서가 된 일이 없으시고 그러지도 않을 분이십니다.
이것을 아시고 처음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게 하신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누구의 비서가 되어 ‘순종’하느냐만이 원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알려주고 계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은 당신 자리를 마련하시기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시키십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을 살리는 일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돈을 내어줘야 하고, 육체를 절제해야 하며, 겸손해져야 합니다.
자아와 반대 일을 시키십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원죄를 없애기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시키셨습니다(루카 5,1-11 참조).
베드로는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명령하십니다.
하지만 내면의 목소리는 크게 반대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자기 생각이 더 옳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회개하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라며 자기 뜻을 접었습니다. 자기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려는 생각을 버리고 스승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원죄가 사라지자 은총이 들어옵니다. 수많은 물고기가 잡히자 베드로는 겁을 집어먹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시겠다고 하십니다. 
 
결국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하실 때, 깊은 데는 바로 자아의 죽음을 상징합니다.
에고(자아: ego)의 생각을 수장시키는 곳입니다.  
 
자아는 하느님의 말씀, 곧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에 순명할 때 수장당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하느님께서 사시게 됩니다.
원죄를 없애는 방법은 이웃사랑의 계명에 순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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