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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2-04 조회수 : 723

마태오 8,5-11 
 
백인대장을 칭찬하신 이유! 
 
 
주변을 살펴보면 참으로 꼴불견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머릿속에 든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자기 잘난 맛에 여기저기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사람, 말로는 만리장성을 쌓지만, 딱 까놓고 보면 뒤가 엄청 구린 사람, 시궁창 냄새가 풀풀 나는 사람, 죄란 죄는 다 짓고 사는 악의 종합선물세트인데도 어깨 딱 힘을 주고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 
 
더 슬픈 일이 있습니다.
정신 나간 정치인들과 중심을 잃은 매체 종사자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그들을 날개 없는 천사로, 세상 멋진 의인으로 둔갑시킵니다. 
 
그 숱한 악행과 비리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는 뒷전이고, 물 좋은 자리로 보은 인사를 시킵니다.
수사와 처벌 대신 멋진 훈장을 수여합니다.
지나가던 개가 뒤집어져 배를 잡고 웃을 일입니다. 
 
다행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다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이지 천사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통받는 이웃을 나 몰라라 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가난한 이웃들을 향한 깊은 연민의 정과 측은지심으로 가득합니다.
본인도 힘들면서, 가진 돈을 나눕니다.
빠듯한 시간을 쪼갭니다.
하느님께서 크게 기뻐하시고 칭찬하실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이 그랬습니다.
그가 얼마나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그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었던지, 예수님께서 그를 칭찬하시는데, 수제자나 애제자에게도 하지 않으셨던 특별한 칭찬의 말씀을 그에게 던지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 칭찬의 이유를 묵상해봅니다.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청하는 바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아들이나 딸, 가족이 아니라 거느리고 있던 노예의 치유를 간곡히 청했습니다. 
 
당시 사람들 머릿속에 노예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가축처럼 시장에서 매매가 될 정도였으니 그들의 처지가 어떤 정도였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자신의 노예를 살려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이처럼 그는 인간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사람,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백인대장이 예수님을 향해 지니고 있었던 겸손의 덕은 또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루카 8, 6~7) 
 
거기다 예수님을 향한 강렬한 믿음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예수님께서 그토록 흡족해하셨던 것입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주십시오.” 
 
참 신앙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 믿음, 사랑, 겸손의 덕을 완벽히 지니고 있었던
백인대장을 바라보며 그 무엇 한 가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을 부끄러워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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