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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2-04 조회수 : 895

마태오 8,5-11 
 
이 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의 종인 중풍 병자를 고치십니다.
로마 백인대장은 종을 위해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주님, 제 종이 중풍으로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가서 고쳐주시겠다고 하시는데,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미사 때 성체를 바라보며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라고 고백하는 믿음의 원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라고 하십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에 지배당하는 상황이었고, 일제 강점기로 보자면 일본군 높은 장교가 한 시골 선생에게 자기 집에 모실 자격이 없으니 한 말씀만 하시면 자신의 종이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겸손해질 수 있었을까요? 희망과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교만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가끔 남자와 여자가 사귀다 보면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자신이 잘났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처음엔 ‘나 같이 자격 없는 사람을 사랑해주다니 정말 감사하네!’ 라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저 사람이 나에게 자격이 되나?’라는 교만한 생각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면 둘의 사랑은 실제적으로는 끝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겸손이 사라지면 사랑도 믿음도 희망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요?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사랑이 자기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하십니다.
사랑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예가 있습니다. 어떤 어머니가 아들을 너무 사랑했지만, 그래서 많은 애정을 쏟았지만, 결국 아들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아들의 아내를 못살게 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어머니에게 잘못이 무엇일까요? 사랑을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는 우리의 어머니가 되시기 위해 아버지께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를 아버지께 순종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나 혼자 자녀를 사랑하면 자녀로부터 미움을 받게 됩니다.
순종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순종을 배우지 못했다는 말은 큰 자아만 남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어머니가 자녀를 참으로 사랑한다면 남편과 자녀에게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 위를 걷는 베드로를 상상해봅시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걷고 있을 때 교만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예수님 덕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보고도 배 위에 머무는 이들은 교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예수님인가? 물 위를 걸으려고 하게?”라며 베드로를 나무랄 것입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신 분처럼 나도 그분을 사랑하고 나의 자녀들도 그분처럼 사랑할 수 있도록 순종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따라서 백인대장이 이미 종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사랑이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압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원천을 쉽게 알아봅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겸손해서 믿음이 생기는 것도 맞겠지만, 믿기 때문에 겸손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예수님께서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고 하실 때 주님께서 주시지 않으면 나는 일분일초도 생존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신 분임을 믿는 것은 이렇게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닫게 하여 주님께 합당하지 못한 존재임을 알게 합니다.
이때 심지어 저는 예수님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겸손함은 결국 하느님 앞에서는 너무 당연하고 이웃 앞에서도 상대를 자기 집에 모실 자격이 없다는 믿음으로 인도합니다.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게 됩니다.
따라서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사랑하지도, 믿지도, 그래서 희망할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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