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1,29-33
우리 모두는 주님 정원 속 한 그루 푸르른 올리브 나무입니다!
수녀원에 도착했을 무렵, 무성했던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나무들은 그야말로
나목(裸木)으로 변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목, 다시 말해서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서글퍼하거나 우울해합니다.
아, 이렇게 또 다시 계절이 가는구나. 이렇게 내 인생도 저물어가고 소멸되어 가는구나.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그런 마음을 먹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주님 정원 안에 머무는 한, 나는 영원한 청춘이라는 진리, 주님께서 내 안에 굳건히 자리하시는 한, 나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시들지 않는 한 그루 푸르른 올리브 나무 같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님 가르침의 특징은 다른 스승들과는 차별화가 되었는데, 다른 무엇에 앞서 쉬웠습니다.
다양한 비유나 예화를 들어 말씀하셨는가 하면, 백성들이 살아가는 환경이나 그들이 매일 목격하는 자연 현상들을 자주 활용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무화과나무는 포도나무와 더불어 근동 지방의 주요 나무 중에 하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 잎이 돋고 지는 것을 통해 종말, 주님의 날을 잘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시골에 살면서 주변 자연 현상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실생활에 적극 활용하는 편입니다.
개구리가 합창하면 곧 비가 오겠구나, 하며 이런저런 대비를 합니다.
아침 해무가 자욱하면 날이 낮에는 햇빛이 창창하고 덥겠구나, 생각합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은 물고기들도 불안해져 입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애써 출조를 하지 않습니다.
폭우가 내려 흙탕물이 바다로 유입되면 아무리 물때가 좋더라도 돌게나 골뱅이들이 모래 깊이깊이 숨어버리니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징조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치밀하게 관찰하고 대비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주님의 날에 대한 준비는 소홀한 저를 향한 예수님 말씀이 날카롭습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루카 복음 21장 29~31절)
그날이 가까이 다가오는 표징들을 확인할 때마다 우리 삶을 다시 한번 정리정돈해야 하겠습니다.
결코 원치 않았던 고통이나 시련이 다가올 때, 병고나 사건 앞에, 왜 이런 일이 내게 다가오는가?
하느님이 어떻게 내게 이러실 수 있나, 따지고 원망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보내시는 또 다른 하나의 부르심이라 여기고,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주님의 날을 보다 잘 준비하라는 신호로 여겨야겠습니다.
지상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천상의 일도 생각해야겠습니다.
세속적인 것은 조금씩 줄이고, 천상의 것들, 정신적인 것들, 영적인 것들을 늘려가야겠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합당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활양식을 갖추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우리 인간이 행하는 모든 것은 유한하고 제한적인 것이지만, 주님과 주님의 말씀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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