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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27 조회수 : 609

루카 21,1-4 
 
사제와 수도자들의 헌금 

 
 
거룩한 수녀님들의 연피정을 동반해드리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수녀님들과 함께 봉헌하는 성체성사가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정성과 진심이 가득 담긴 거룩한 미사입니다.
잘 준비된 성가에 깨어 몰입하고 집중하는 미사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오늘 렙톤 두 닢을 헌금함에 넣는 빈곤한 과부를 칭찬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며, 사제가 된 후에는 동전 두 닢조차 헌금함에 넣어본 적이 없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수도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아무것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하느님께 송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 한 가지!
사제나 수도자로서 비록 현찰을 헌금함에 넣지 않는다 할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헌금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성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로서 더 정성껏 집전하는 것은 또 다른 헌금입니다.
수도자로서 더 정성껏 미사를 준비하고, 더 감미로운 선율로 성가를 부르는 것 또 다른 형태의 봉헌입니다. 
 
언젠가 한 수녀원 본원 부활 성야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매사에 모범생이신 수녀님들께서 성야 미사를 얼마나 잘 준비하셨는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수녀님들께서는 교회에서 제시하는 성대한 전례 양식을 단 하나도 빼먹지 않고 준비하셨습니다. 
 
모든 전례 성가는 라틴어로 노래했습니다.
말씀의 전례 시간에 통상 첫째, 셋째, 다섯째, 세 독서로 축약해서 진행하는데, 수녀님들께서는
일곱 독서를 다 준비했습니다.
매 독서 끝에는 잘 준비된 성가를 계속 불렀습니다. 
 
자연스레 미사 시간은 두 시간 반 이상 길어졌습니다.
사제석에 앉아 있던 저는 적응이 잘 안되다 보니, 처음에는 꽤 불편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부활성야 미사 전례에 깊이 빠져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든 한가지 생각, 언젠가 우리가 만끽하게 될 하느님 나라는 부활 성야 미사 같지 않을까?
하느님 말씀이 계속 선포되고, 예수님의 명 강론이 이어지고, 천상에 운집한 수많은 성인 성녀들과 천사들, 천국에 입장한 사람들의 찬미가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런 하느님 나라. 
 
그런데 자매님 손에 강제로 이끌려 부활 미사 성야에 앉아 있는 한 형제님의 얼굴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된 분이어서 그런지 세상 고통스러운 얼굴이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길어지니, 그분의 얼굴은 마침내 지옥 불 속에 앉아 있는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단 한명도 빠지지 않고 자비하신 하느님으로부터 당신 나라에 초대받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천상잔치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평소 천상 잔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평생토록 소비향락주의, 물질만능주의에 푹 빠져 잘 먹고, 잘 놀고, 즐기던 사람들에게는 그 자리 자체가 지옥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상에서부터 마치 부활 성야 미사 같을 천상 잔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상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슬슬 다른 쪽 한발을 천상 쪽으로 들여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가난한 과부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느님께 드리는 연습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이것 저것 너무 복잡하게 따지거나 생각하지 말고, 전폭적으로 그분께 맡길 필요가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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